[ET단상]배출권거래제, 탄소경제로 전환 앞당긴다

[ET단상]배출권거래제, 탄소경제로 전환 앞당긴다

 십년 전에는 “물을 사서 먹는다”라는 말이 생소했지만 이제는 물을 사먹는 것이 우리에게 자연스러운 일상으로 어색하지 않다. 이처럼 지금 당장은 어색하지만 우리가 배출하는 온실가스를 하나의 배출권으로 만들어 서로 돈을 주고 사고 팔수 있는 ‘배출권 거래제’가 2015년에 국내에 도입될 예정이다.

 국회에 제출된 ‘온실가스 배출권의 할당 및 거래에 관한 법률’에 대한 논의가 6월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탄소도 주식처럼 가격이 매겨지고 등락을 하면서 시장에서 자유롭게 거래가 이뤄질 수 있는 시대가 머지않았다.

 배출권거래제란 온실가스 감축 비용이 높은 사업장은 감축활동을 하는 대신 배출권 시장에서 배출권을 구입하고, 반대로 감축 비용이 적게 드는 사업장은 초과 감축 실적에 대해 시장 판매를 가능케 하는 것이다. 구매자와 판매자 모두 온실가스 감축목표 달성할 뿐만 아니라 수익도 창출을 할 수 있다.

 즉, 동일한 양의 온실가스 감축에 있어 배출권거래제 활용 이전과 비교해 볼 때 비용효율적인 감축이 가능하다. 이런 점이 온실가스 감축에 있어 배출권거래제의 필요성이 부각되는 부분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온실가스 감축정책으로 전 세계 유례없는 온실가스·에너지목표관리제를 시행하고 있다. 말 그대로 사업장에 매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부여하고 목표달성 이행 여부를 평가해 페널티를 부과하는 제도다. 이는 2020년까지 30%(배출전망치 기준) 온실가스 감축이라는 국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실질적인 온실가스 배출 규제가 공식적으로 시작됐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그렇지만 기업이 할당받은 목표 이상으로 배출량을 감축해도 인정받을 방법이 없고 이월이나 거래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목표 달성 이외의 다른 보상수단이 없다는 아쉬움이 있다.

 이와는 다르게 배출권거래제는 기업들이 자발적이고 적극적인 감축활동을 유도한다. 설비 개선이나 신기술 도입 등을 통해 감축한 실적을 탄소시장에서 판매해 보상을 받을 수 있고, 단위 감축 비용이 많이 소요되는 기업은 거래 등을 활용해 좀 더 적은 비용으로 효율적으로 감축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할 수 있다. 삼성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직접 규제 시 84조1000억원의 저감비용이 필요하지만 배출권거래제를 도입하면 이 비용이 34조1000억원으로 59.5% 줄어든다고 분석했다.

 국내 배출권거래제 도입 시기가 2013년에서 2015년으로 연기됐지만, 그전에 철저한 사전 준비와 모의연습을 통해 우리에게 적합한 배출권거래제를 설계해야 한다. 한국환경공단은 이미 2010년부터 배출권거래제 도입을 대비해 시범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31개 사업장과 540개 공공기관이 자발적으로 참여해 온실가스 배출량 산정부터 검증, 할당 및 거래까지 배출권거래제 운영에서 파생될 수 있는 모든 과정을 사전에 경험해 혼란을 최소화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2020년까지는 이제 10년도 남지 않았다. 강 건너 불구경할 상황이 아니다. 우리나라는 국제 사회에서 의무감축국이 아니므로 시늉만 하면 된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온실가스 감축은 단순한 국가 이미지 제고 뿐 아니라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서라도 국가적으로 시급한 문제다. 국가 감축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배출권거래제와 같이 보다 비용효과적인 온실가스 감축수단을 제공해 기업의 부담을 완화시키는 유연성 있는 조치가 필요하다. 아울러 배출권거래제에 대한 시행착오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라도 배출권거래제 시범사업으로 정책의 완성도를 높여나가야 할 것이다.

 박승환 한국환경공단 이사장 shp@keco.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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