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스포럼] 스마트 사회 도래에 대비하자

[리더스포럼] 스마트 사회 도래에 대비하자

요즘 서울 시내에서 버스나 지하철을 이용해보면 얼마나 기다리면 되는지 알 수 있어 매우 편리하다. 스마트폰을 이용하면 어디를 가더라도 목적지를 쉽게 찾을 뿐 아니라 근처 식당과 관광지 정보까지 얻을 수 있고, SNS를 통해 지인과 끊임없이 교감할 수도 있다. 정보통신기술은 개인 편의 뿐 아니라 삶의 질을 높이는 스마트 사회로의 발전 수단이 됐다.

 작년 에릭슨이 발표한 IT산업 발전전망에 따르면 2020년경에는 약 500억개 각종 단말과 기기가 네트워크로 연결될 것이다. 머지않은 장래에 문명의 이기가 되는 기기는 모두 네트워크로 연결되는 초연결사회(Hyper Connectivity)가 될 것이라는 예측이다.

 지난해 말 우리나라에서만 5000만개 이상, 세계적으로는 약 52억개 기기가 무선 네트워크에 연결됐다. 현재의 10배인 500억개 이상의 기기가 연결되는 초연결사회는 공상이 아니라 현실임을 알 수 있다. 3G에서 4G로 진화하는 시점에 경험하는 데이터 폭발현상(Data Explosion)은 이제 연결 자체만으로는 가치가 없다. 이는 스마트 사회가 되기 위해서는 광대역서비스가 필수며, 초연결사회가 되기 위해서는 다양한 정보채널이 필요함을 뜻하는 것이다.

 초연결사회는 초연결기술(Hyper Connection Technology)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스마트 사회의 비전과 과제, 로드맵 등 철저한 계획을 세워 초연결기술을 확보해야 한다. 통신 네트워크는 앞으로도 국민 생활과 산업발전의 핵심 하부구조가 될 것이라는 사실은 자명하다. 초연결사회의 무선 네트워크는 적어도 지금보다 10배 이상의 연결과 1000배 이상의 데이터를 전달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므로 초연결사회를 위해 초대규모 데이터를 일정 수준의 품질로 안전하게 전달하는 새 무선 네트워크가 구축돼야 한다. 이의 실현을 위해 방송통신산업을 이끌어가는 정부와 산학연이 머리를 맞대고 해결해야 할 몇 가지 과제를 언급하고자 한다.

 첫째, 현재보다 1000배 이상의 무선 데이터를 전달하자면 훨씬 많은 주파수가 무선통신을 위해 할당돼야 한다. 주파수 효율을 높이는 기술은 4G 서비스 도입과 함께 거의 한계에 도달했다는 전망이 많다. 폭발하는 무선 데이터를 수용하자면 이동통신용 주파수 대역을 더 많이 개발해 사용하는 방법 외에 없다. 현재 논의되는 700MHz뿐만 아니라 60GHz 이상의 고주파 대역을 포함해 다양한 대역의 주파수 활용방안을 연구해야 한다. 국민의 귀중한 공유 자산인 주파수는 각 개별 산업의 좁은 이해관계를 벗어나 진정 국민의 복리증진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연구개발 및 할당돼야 한다.

 둘째, 세계시장에서 통할 수 있는 기술과 정책을 적용해야 한다. 현 시점에서도 세계시장에서 통하는 기술이 아니면 경제적인 생태계 조성이 불가능해 도태된다. 그러므로 계획 초기부터 경쟁의 범위를 세계시장으로 설정하고, 세계시장을 이끌어 갈 기술과 제도를 먼저 연구개발해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 국제 생태계 조성과 규모의 경제 달성은 국민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저렴한 네트워크 구축을 위해서도 필수 불가결하다.

 셋째, 새로운 무선네트워크는 지속가능한 녹색성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현재보다 훨씬 친환경적이고, 단위 데이터 전달에 필요한 에너지 효율을 극적으로 높여야 한다. 현재 IT산업은 전체 산업에서 2% 정도의 탄소량을 배출한다. 현재와 동일한 수준의 기술이 1000배 이상의 데이터 전달에 사용된다고 가정한다면, 통신 네트워크의 탄소배출량은 어마어마하게 증가한다. 통신장비의 에너지 효율을 극적으로 개선해야 IT산업 자체와 타 산업의 녹색 성장을 이끌어가는 견인차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스마트사회로 가는 변곡점에 서 있는 현재, 감시카메라나 개인위치정보 취합으로 인한 사생활 침해, 해킹에 따른 금융망 혼란, 정보 격차 등의 사회적 이슈가 신문지상을 오르내린다. 또 통신사업자와 포털 및 SNS사업자 사이에 통신망 활용 대가를 둘러싼 망 중립성 논쟁도 뜨겁다. 이해관계가 복잡한 이슈를 다루면서 네트워크 투자 재원을 효과적으로 확보하기 위해서는 건전한 산업 생태계 조성이 핵심 과제다. 제반 이슈는 그야말로 모든 이해당사자가 상호 개방과 공유, 참여 정신을 통해 풀어야 한다.

 우리나라는 세계적인 통신 네트워크 강국으로 인정받는다. 하지만 미국이나 유럽 등 선진국에 비해 우리의 통신 네트워크 수준이 높아진 것은 인터넷과 이동통신서비스의 등장으로 가능하게 된 것이며 이는 불과 20여년 전의 일이다. 산업 발전과 국민 편의를 위해 신기술의 전면도입을 과감하게 추진했기에 가능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정부는 현재의 인터넷 및 무선통신 속도를 10배 이상 높이는 ‘기가(Giga) 코리아’ 사업을 추진한다. 이 사업이 세계시장에 통할 통신기술과 친환경 초저전력 기술을 개발하고 상생 생태계를 이끌어 스마트사회를 구현할 초연결 네트워크의 초석이 되기를 기대한다.

 이재령 LG-에릭슨 대표 jr.lee@lgericsso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