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세계 개발자회의(WWDC)에서 공개한 iOS5에 카카오톡과 유사한 모바일 메신저 아이메시지(iMessage)가 포함되면서 국내 이동통신사와의 신경전이 예상되고 있다.
7일 애플에 따르면 WWDC에서 공개된 아이폰 운영체제 iOS5에 3G와 와이파이 기반의 모바일 메신저 아이메시지가 탑재된다.
이는 iOS5 기반의 하드웨어 사용자 간에만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로, 보낼 수 있는 메시지의 길이 제한이 없고 위치정보, 연락처까지 전송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그룹 메시지도 가능하며 클라우드를 이용해 기기를 바꿔가며 채팅을 계속할 수도 있다. 가령 아이폰에서 메시지를 주고받다가 다른 장소에 있는 아이패드를 통해 계속 대화를 이어갈 수 있다는 뜻이다.
이미 국내에는 카카오톡과 마이피플, 네이버톡 등 다양한 모바일 메신저들이 서비스 중이기 때문에 아이메시지의 영향력은 미미할 것이라는 것이 업계의 전망이다.
그러나 애플리케이션 형태로 서비스됐던 모바일 메신저가 아이폰의 운영체제에 내장됐다는 점에서 이는 카카오톡과 전혀 다른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카카오톡은 한때 데이터 과부하의 주범으로 몰리며 국내 이통사와 갈등을 겪기도 했다. 이들은 결국 지난 4월 과부하 부담을 덜기 위해 푸시서버를 사용하는 것으로 합의해 사태를 일단락한 바 있다.
카카오톡과 이통사 간 갈등은 잠시 봉합됐지만 이통사와 콘텐츠 사업자 간 망 중립성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아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는 상황이다.
망 중립성이란 모든 네트워크 사업자는 모든 콘텐츠를 동등하게 취급해야 하며 어떠한 차별도 해선 안된다는 원칙을 말한다.
망 중립성 원칙에 따르면 데이터망에 무임승차해 과부하를 발생시켜 타인의 네트워크 접속을 방해하는 모바일 메신저는 일정량의 과금을 통해 접근을 제한할 수 있다는 주장이 가능해진다.
카카오톡과 이통사 간 합의 이후에도 카카오톡 유료화 등 관련 루머들이 계속 떠돌고 있는 것도 이 같은 배경 때문이다.
방통위는 분쟁의 불씨를 잠재우기 위해 최근 학계와 관련 기관, 이통사와 IT기기 제조사, 인터넷 업체 등을 아우르는 `망 중립성 포럼`을 구성하고 연말까지 망 중립성과 관련된 정책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문제는 아이폰에 모바일 메신저가 기본으로 탑재되면서 방통위와 이통사의 입장이 곤란해질 수 있다는 사실.
만약 방통위에서 망 중립성을 위해 모바일 메신저 사업자에 일정량의 부담을 지울 경우 애플이 이에 수긍할지는 미지수다.
애플이 부정적인 입장을 견지할 경우 현재 진행 중인 망 중립성 논란과 무료 문자메시지 논란 등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구글에 이어 애플까지 강력한 클라우드 서비스를 들고 나온 점도 클라우드 사업을 추진 중인 국내 이통사들에는 큰 부담이다.
업계 관계자는 "와이파이를 내장해 국내 모바일 인터넷 시장 구조를 뒤엎은 아이폰이 모바일 메신저와 클라우드로 또다시 이통사의 이해관계에 개입하게 됐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