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소셜 게임 업체인 징가가 새로운 페이스북 게임에 한국어 지원을 결정했다.
징가가 한국 시장을 상대로 본격적인 게임 서비스를 하는 것으로 간주할 수 있으며, 해외 소셜 네트워크 플랫폼의 소셜 게임에 대한 심의 문제가 게임업계의 뜨거운 감자로 떠오를 전망이다. 현실적으로 페이스북이나 징가에 국내 심의를 강제할 방법이 없어 국내 게임과의 역차별 문제와 함께 셧다운제의 실효성 논란도 재점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징가가 최근 페이스북에 론칭한 소셜 게임 ‘Empires &Allies’는 12개 지원 언어의 하나로 한국어를 포함시켰다. 사용자가 사용 언어로 한글을 선택하면 모든 메뉴 및 게임 미션 등을 한국어로 진행할 수 있다.
◇한국 입맛에 맞는 소셜 게임=이 게임은 농장 경영이나 도시 건설 등 기존 징가 게임들과는 달리 전쟁과 전략 요소를 강조했다. 론칭한 지 몇일 안 됐지만 이미 일 방문자 수 100만을 넘어 페이스북 톱25 게임에 들어간 것으로 추정된다. 43일만에 일 방문자 수 1억명을 넘은 징가의 직전 히트 게임 ‘시티빌’에 비해서도 두 배가량 빠른 수치다.
특히 소셜 게임으로선 드물게 PvP 요소를 일부 도입, 국내 게이머들의 취향에도 잘 맞을 것이란 관측이다. 이미 국내 페이스북 사용자들 사이에선 상당한 화제를 일으키고 있다.
◇게임 심의는 어떻게=문제는 이 게임이 국내 사용자들을 상대로 서비스되지만 국내법이 규정한 심의는 받지 않았다는 것. 현재 게임산업진흥에관한법률은 국내 유통되는 게임들에 대해 게임물등급위원회의 심의를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게임위는 지난 2008년 독일에 서버를 두고 한글을 지원하던 독일 웹게임 ‘부족 전쟁’에 대해 심의 미필을 이유로 국내 접속을 차단한 바 있다.
같은 논리라면 해외에서 운영되더라도 한글을 지원하는 ‘Empires &Allies’는 한국 시장 대상 게임이라 심의 대상이 된다. 하지만 페이스북이나 징가에 국내 연령 등급을 받도록 강제할 방법은 없는 상황이다. ‘부족 전쟁’의 경우, 해당 게임 서버에 대한 접속만 차단하면 됐지만, 소셜 게임의 경우 페이스북 전체에 대한 접속을 차단해야 한다.
모바일 오픈마켓 게임의 자율 심의 근거를 마련한 게임법 개정안이 통과됐지만, 주로 모바일 게임을 대상으로 해 소셜 게임에 대한 가이드라인은 미비하다.
◇셧다운은 국내 업체만?=16세 이하 청소년들의 심야 시간 게임 접속을 막는 ‘게임 셧다운제’의 실효성 논란도 재점화되고 있다. 징가의 소셜 게임은 페이스북 사용자들의 프로필과 친구 관계를 이용해 게임을 진행한다. 별도로 연령과 실명 정보를 확인하지 않는다. 한국어로 한국 시장을 대상으로 서비스하지만 연령을 식별해 일정 시간에 접속을 차단할 실효성 있는 방법은 없다.
이 같은 문제는 셧다운제를 규정한 청소년보호법 통과 당시부터 지속적으로 제기돼 온 문제다. 하지만 징가가 본격적인 한국어 서비스에 들어가면서, 정부의 행정력이 미치는 국내 게임사들만 규제하고 실제 가장 영향력이 큰 글로벌 기업들에 대해선 침묵하는 셧다운제에 대해 ‘실효성 없는 역차별 규제’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셧다운제는 글로벌 기업, 국내 대형 게임 기업들보단 스타트업들에게 직접적 영향을 줄 것”이라며 “실효도 없이 이용자 불편과 게임계의 창의성 저해만 불러올 것”이라고 말했다.
전창준 게임물등급위원회 정책지원팀장은 “7월 시행되는 게임법에 모바일 오픈마켓용 게임 등 ‘사전 심의가 적절치 않은 게임물’에 대한 심의 예외 조항이 대통령령으로 생긴다”며 “일단 이 같은 틀이 만들어지면 소셜 게임 심의 문제도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한세희기자 hah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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