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금융당국이 이달 중순 내놓기로 했던 금융 IT·보안 종합대책 발표가 상당기간 늦춰질 전망이다. 이에 따라 현대캐피탈·농협 등 해킹 및 전산망 사고가 잇따라 발생했으나, 두 달이 지나도록 대응 체계는 원점을 맴돌고 있다는 지적이다. ▶관련기사 면
7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지난달까지 완료 예정이던 40개 금융기관에 대한 민관 합동 금융 IT·보안 점검이 계획과 달리 무기한 지연되고 있다. 5월 말 점검 완료에 이은 6월 중순 종합대책 발표 일정에도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지난달에 끝내려던 은행, 증권사, 캐피털 등 업권별 주요 40개 금융회사에 대한 현장 IT·보안 점검이 늦춰지고 있다”며 “점검 결과가 나와야 종합 대책도 만들어지는데, 다소 지연될 것 같다”고 말했다.
당국 안팎에선 이 같은 대책 지연이 좀 더 세밀하게 현장점검을 진행하면서 빚어진 결과라기 보다는 저축은행 사태에 밀려 점검과 대책의 중요성이 상대적으로 낮아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IT·보안 점검 태크스포스(TF) 운영 및 3개 점검반장을 맡고 있는 금융위원회와 실무를 총괄하는 금감원 간의 물밑 알력과 신경전도 대책 지연에 일조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점검에 참여한 한 전문가는 “현장 점검의 목표와 방향이 어디에 맞춰져 있는지 전혀 알 수 없는 상황”이라며 “이런 상태로 대책이 나와 봐야 농협, 현대캐피탈 사태의 재발을 막을 수 있는 실효성이 담보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진호·박창규기자 jho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