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로호 3차발사]르포/나로우주센터 가보니

[나로호 3차발사]르포/나로우주센터 가보니

 지난 2010년 6월 10일 오후 5시 1분. 전 국민의 눈과 귀는 전남 고흥군 외나로도에 위치한 나로우주센터에 집중됐다. 대한민국 최초의 우주발사체인 나로호 2차 발사를 앞두고 많은 이들은 성공을 기원하며 떨리는 마음으로 나로우주센터에 시선을 고정시켰다. 하지만 정확히 137초만에 떨림과 긴장의 순간은 긴 탄식으로 돌아왔다. 고도 70km 지점에서 우주강국의 꿈을 실은 나로호는 아쉽게도 산화되고 말았다.

 

 그리고 1년이 지난 2011년 6월 9일 오후 5시. 고흥 나로우주센터를 찾았다.

 광주에서 3시간 가량 길을 달려 도착한 외나로도는 그지 없이 평화롭다. 인접한 마치산과 남해안의 푸른바다를 배경으로 삼은 나로우주센터의 첫 인상은 ‘차분함’으로 대변됐다. “과연 이곳이 발사 장소 였을까”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하지만 2차 발사 실패요인을 분석하고 3차 발사 준비를 대기하고 있는 연구원들의 표정은 신중했다.

 발사통제동에서 만난 이은정 선임행정원은 “2차 발사 3개월 전부터 모든 연구원이 외출도 안할 정도로 에너지를 쏟아부었다. 실패로 돌아가자 많은 연구원들이 눈시울을 붉히며 누구보다 가슴 아파했다”면서 “많은 국민들이 비난과 질책보다는 격려와 용기로 답해줘 힘을 얻었다. ‘실패 역시 새로운 도전의 밑거름’이란 생각으로 각자 업무에 매진하고 있다”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두 번째 발사가 실패로 돌아가면서 나로우주센터 연구원들은 적지 않은 부담감에 마음고생이 심했다.

 체계관리팀 이철형 박사는 “발사가 실패로 돌아가면서 마치 죄인이 된 느낌이었다. 떨리는 마음으로 인터넷을 확인해보니 격려의 댓글이 많아 매우 놀랐다”면서 “현재 러시아 측과 3차 발사 일정을 조율 중인데 아마 내년에는 발사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벼랑 끝에 서있는 각오로 반드시 3차 발사를 성공시키겠다”고 말했다.

 현재 센터는 2단계 사업이 진행 중이다. 1차 발사까지가 1단계라면 지난 2009년부터 오는 2021년까지 나로호 3차 발사와 함께 한국형발사체를 자체 발사하는 것이 목표다. 이미 한국형발사체 엔진개발을 위한 지상시험 설비 등이 진행 중이다.

 우리기술로 개발하는 첫 로켓인 ‘한국형발사체’의 외형도 최근 공개했다. 국내 토종기술로 개발되는 한국형발사체는 나로호(33.5m)와 비교하면 1.5배쯤 더 커지고 엔진성능도 대폭 향상된다. 현재 75t급 액체엔진 시제품이 제작돼 연소시험이 진행되고 있으며 오는 2021년 나로우주센터에서 맨 꼭대기에 1.5t 위성을 싣고 지구 상공 800km 원 궤도에 오를 예정이다.

 대한민국 우주항공 역사를 장식하는 연구원들의 자부심은 상당하다. 멀리 고향을 떠나 교육과 의료, 문화시설이 부족한 상황이지만 “오히려 연구에 매진할 수 있어 좋다”는 반응이다.

 우주발사패드의 전자장비를 점검 중이던 김대래 선임연구원은 “비록 집에서 멀리 떨어져 생활하고 있지만 한국의 우주기술을 한단계 발전시킨다는 생각에 자부심을 느낀다”며 “두 번의 실패를 통해 많은 것을 배우고 느꼈다. 쉽지 않은 일이지만 언젠가는 환하게 웃을 날이 반드시 올 것”이라고 확신했다.

 나로우주센터의 핵심시설인 발사대는 언제든 발사 가능한 ‘스탠바이’ 상태다. 각종 전자 및 기계장비의 결함방지를 위해 수시로 시설물을 체크하고 매월 자세제어, 산화제 공급설비 등을 조정 관리하고 있다. 이날 발사팀 연구원들은 발사체를 세우고 제어하는 이렉터(Erector)의 성능점검을 위해 전자장비의 회로를 꼼꼼히 살펴봤다.

 낙뢰로 인한 전자장비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높이 100여m의 낙뢰방지타워도 발사대를 철통같이 보호하고 있다.

 민경주 센터장은 “두 번의 실패는 오히려 돈을 주고 살수 없는 많은 지식과 현장 경험이라는 값진 선물을 안겨줬다”면서 “50여명의 직원들과 함께 우주를 향한 개척자로서의 꿈을 실현해 가겠다”고 강조했다.

 우주를 향해 거침없이 달려가는 나로호의 꿈은 상쾌한 남해바다의 바람처럼 시원하고 거침이 없었다.

고흥=서인주기자 sij@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