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병 스팩(SPAC)주들이 주가 하락으로 주주총회를 연기하는 등 합병일정에 발목이 잡혔다. 역으로 일부 스팩의 경우 매수청구가격이 공모가를 밑돌면서 기존 주주의 원성이 거세지자 신규 스팩들은 주식매수청구가격을 공모가 이상으로 하겠다고 공언하고 나섰다.
7일 한국거래소에서 스팩의 주가는 대부분 공모가를 밑돌면서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당초 스팩들은 합병이후 합병기업에 대한 기업가치 등 기대감으로 주가가 오를 것으로 예측했지만 최근 지수하락과 함께 주가가 하락하면서 기존 주주와의 갈등의 불씨가 되고 있다.
지난 4월 썬텔과의 합병을 발표한 대신증권그로쓰알파스팩은 최근 합병주주총회를 무기한 연기하기로 결정했다. 대신증권은 7일부터 매수청구권을 접수할 예정이었지만 합병 반대 매매가 대거 쏟아질 것을 우려해 합병을 연기하게 된 것. 주식매수청구권은 합병을 반대하는 주주가 해당 기업에 보유주식을 매수하도록 요구할 수 있는 권리다. 특히 매수청구가격(2007원)이 주가보다 크게 높아 대규모 반대매매가 발생할 경우 손실을 떠안을 수밖에 없다.
이러한 상황은 합병상장예비심사승인을 진행중인 다른 스팩주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역으로 프롬투정보통신과 합병을 앞둔 부국퓨쳐스스타즈스팩은 주식매수청구가격이 공모가를 밑돌면서 주주의 반발을 사고 있다. 부국스팩의 주가는 지난 1월 25일 이후 2000원을 밑돌아 주식매수청구권 가격이 낮게 책정돼 청구권을 행사하더라도 손실만 입는 탓이다. 결국 부국스팩에 투자한 주주의 경우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하기 어려워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주식을 보유해야 하는 셈이다. 이와 관련 KB게임앤앱스스팩과 한양B·H·E스팩 등 신규 스팩들은 매수청구가격을 공모가 이상으로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피력해 이러한 우려를 차단한다는 입장이다. 합병 후 주가가 하락할 경우 손해를 입을 수 있지만 이를 감수하겠다는 것이다.
한 증시 관계자는 “최근 스팩과 관련 논란은 스팩 도입 초기 문제점이 고스란히 노출된 것”이라면서 “주가가 상승하면 자연스럽게 해소될 수 있지만 초기부터 철저한 제도 정비를 통해 투자자손실을 최소화하는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경민기자 km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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