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 3DTV’ 산업에 연관된 각 주체들이 콘텐츠 및 초고속망 투자를 놓고 뚜렷한 입장차를 드러내고 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대표적 융합산업인 스마트TV 산업은 생태계를 구성하는 TV제조사와 콘텐츠 제공자, 이를 서비스할 인터넷 망 사업자 간의 협력과 공조가 필수적이다. 하지만, 각 사업자들은 망 투자나 콘텐츠 제작 투자 비용을 놓고는 입장차가 뚜렷하게 엇갈리고 있다.
주요 TV제조사인 삼성전자와 LG전자는 TV 기술과 제품개발 쪽에만 집중할 방침이다. 다양한 콘텐츠 확보에 관심이 있고 인프라 중요성은 인지하고 있지만 이는 통신·콘텐츠 사업자 영역이라고 선을 긋고 있다. 특히 일부에서 제기되는 ‘스마트TV 호황의 수혜는 가전업체가 보면서, 실제 망 투자나 콘텐츠 제작에 드는 비용 문제에는 관심이 없다’는 지적에도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가전업계 고위 관계자는 “고속도로를 새로 깔았다고 자동차 업체들에게 관련 비용을 부과하지는 않는다”며 “과거 공중파 디지털 전환 과정에서 벌어졌던 불필요한 ‘가전사 역할론’이 반복돼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가전업체들은 ‘전 세계에 TV를 팔았다고 모든 국가의 콘텐츠 제작, 인프라 투자에 비용을 내야 하느냐’는 입장이다.
시장에서 3D에 대한 관심이 뜨겁지만 실제 관련 콘텐츠는 태부족이다. 공중파를 통해 제공되는 3D 영상물도 부족하며 스마트TV용 애플리케이션도 아직까지는 미미한 상황이다. 세트업체들은 이런 콘텐츠 부족이 산업의 조기 활성화를 저해한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방송사를 포함한 콘텐츠 제작사들은 비용 증가에 따른 돌파구가 없다며 불만이다. 똑똑해진 TV에 걸맞은 콘텐츠를 제작하려면 비용은 크게 늘어나지만 이에 상응하는 수익모델은 뚜렷하지 않기 때문이다. TV이용자들이 고급 콘텐츠 대가를 지불하는 데 저항이 있는 상황에서 정부에서 제공되는 일부 지원에만 기대기에는 위험이 크다는 입장이다.
시장조사기관 오범(Ovum)의 보고서에서도 세계 방송 관계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53%가 3D방송 채널의 출범이나 3DTV 콘텐츠 제작을 사업 우선순위로 고려하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망 사업자(통신사업자) 역시 불편한 기색이 역력하다. 스마트 3DTV가 확산되면서 트래픽 증가가 예고돼 있지만, 이에 따른 망 투자 부담은 모두 사업자들이 떠안게 된다는 것. 이 때문에 통신사들은 투자비용 분담을 비롯한 망 중립성 문제로까지 논의를 확산시켜 나가고 있다.
이통사 한 관계자는 “가뜩이나 통신비 인하 요구가 많은 상황에서 스마트TV는 망 투자 부담을 키운다”며 “건강한 산업 생태계를 위해서는 수혜가 예상되는 쪽(세트업체)에서 일부 역할을 맡아줘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스마트TV가 세계 시장에서 주도권을 갖기 위해서는 각 주체 간 공조와 이견을 잘 통합 조율할 수 있는 시스템 확보가 시급하다고 조언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세트와 콘텐츠, 인프라 사업자 간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논란은 계속되는 분위기다.
업계 관계자는 “스마트TV 활성화를 위해서는 여러 주체 간 협업이 필요하지만 사업자별 이견은 존재하는 게 현실”이라며 “여러 포럼이나 협회 등을 통해 공동 발전방안을 찾는 한편, 협력 분위기를 만드는 정부의 역할도 중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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