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 협심의 지렛대

 춘추시대 말기 주(周)나라 경왕은 그 위세를 과시하기 위해 커다란 범종을 만들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세우고 전국의 내로라하는 장인들을 불러 모았다. 이 중 주구(州鳩)라는 목공은 왕의 계획이 실효를 거두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백성 재산에 손해를 끼치고 고통을 줄 수 있다며 만류했다. 그러나 경왕은 그 계획을 듣지 않고 마침내 거대한 종을 완성시켰다.

 아첨하는 이들은 저마다 경왕에게 종소리가 조화롭고 아름답다며 아부했고, 이에 고무된 왕은 주구를 불러 예의 태도에 대해 질책했다.

 주구는 그의 뜻을 조금도 굽히지 않았다. 그는 “왕은 거대한 종이 흡족할지 모르겠으나 백성들은 몸도 힘들고 재산이 축나 왕을 원망하고 있습니다. 백성들이 즐거워하지 않는 일이 어찌 조화로운 일이라 할 수 있겠습니까?”라고 되물었다. 그 후 이듬해 경왕이 죽고 나자 종소리가 듣기 좋다고 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이 사례의 교훈을 담은 고사성어가 바로 ‘여러 사람의 마음이 하나로 뭉치면 성을 이루고, 여러 사람의 입에 오르면 쇠도 녹는다’라는 뜻을 가진 ‘중심성성(衆心成城)’이다.

 ‘반 값 등록금’이 논란이다. 자라나는 청년들의 문제뿐만 아니라, 사립대학의 부실경영, 철학 없는 교육정책 문제까지 맞닿아 있는 메가톤급 정책 이슈다. 내년에 치를 총선과 대선을 준비하는 정치인들에게는 이 이슈가 자신의 색깔을 드러내고 젊은 지지층을 확보하기 위한 최고의 호재일 수도 있다.

 그래서인지 현 정부는 물론이고 집권 여당, 야당까지 사분오열 각기 다른 목소리로 포장하면서 차별화 선긋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청년들의 마음을 이용해 ‘포퓰리즘의 전형’을 만들어내면서 되레 상처만 더 주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국민이 찬성하는 일은 성공하지 못하는 경우가 매우 드물고, 국민이 싫어하는 일은 실패하지 않는 경우가 매우 드문 법인데, 정치인들은 국민의 마음과 지혜를 모으는데 집중하지 않고 자신의 주장만을 내세우는 것 같다. 등록금 때문에 청년들이 목숨을 끊는 이 시급한 상황에 정치인들은 ‘중심성성’의 자세로 협심의 지렛대 역할을 하는 통큰 정치를 할 순 없을까.

 정지연 미래정책팀 차장 jyj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