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일본 지진사태로 인한 국내 업계의 부품·소재 조달 차질 우려는 부품·소재산업의 중요성을 환기시키는 계기가 됐다.
사실상 부품·소재 산업은 개발에 많은 비용이 들고, 시장 안착에 대한 위험성도 높아 단기간 내에 육성이 쉽지 않다. 하지만 일단 개발에 성공하면 지속적으로 사용되는 ‘경로 의존적인 특성(Path Dependency)’이 있어 진정한 제조업 강국인지를 나타내는 척도가 된다. 자동차 등 우리나라 주력산업이 최근 세계 시장에서 큰 호응을 얻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부품〃소재의 대일 무역적자가 쉽게 감소하지 않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또한 부품·소재는 전체 제조업 발전의 근간이자, 완제품의 경쟁력을 결정하는 핵심적인 요소이다. 스마트폰의 대명사인 ‘아이폰’은 창조적인 아이디어의 산물이지만, 이를 가능케 하는 부품·소재가 없었다면 상상 속에서나 존재하는 제품이 되었을 것이다.
정부는 이러한 부품·소재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2001년부터 10년간 2조원 규모의 각종 부품·소재산업 육성정책을 추진해왔다. 수입의존도가 높은 품목에 대한 기술개발 사업을 추진하는 한편, 글로벌 파트너십 사업을 통해 부품·소재 중소기업의 글로벌 대기업 납품을 지원하고 있다. 또 우수한 외국 부품·소재기업과의 공동 기술 개발이나 국내 투자 유치를 통해 우리 부품·소재산업이 한 단계 더 성장하도록 지원해오고 있다.
지난 10년간의 노력은 우리 부품·소재 산업의 비약적인 발전이라는 결과로 나타나고 있다. 2001년 620억 달러에 불과했던 부품·소재 수출은 2010년 2293억 달러로 껑충 뛰었고, 무역수지 흑자도 2001년 27억 달러에서 지난해 779억 달러 수준까지 확대되는 등의 성과를 거두었다. 특히, 2009년 부품·소재 수출 6대 강국으로 진입한 것은 우리나라 산업구조가 부품·소재 중심의 진정한 제조업 강국형으로 탈바꿈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우리 부품·소재산업이 세계 최고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아직도 가야할 길이 멀다. 특히, TAC 필름, 시스템반도체 등 IT기기에 들어가는 핵심적인 부품·소재의 대일 수입의존도를 줄여나가야 한다.
정부는 이미 그 첫 발을 내디뎠다. 지난해 핵심 소재 분야의 세계 시장 선점을 위해 10대 핵심소재(World Premier Materials) 사업단을 출범시켰다. 2018년까지 약 1조 원이 투입되는 이번 사업이 성공적으로 추진된다면, 우리나라에도 고어텍스와 같은 세계적인 소재가 개발될 것이다. 이밖에도 정부는 현장 기술력을 가진 부품·소재 중소기업을 발굴, 지원하기 위해 ‘첫걸음 부품·소재기술개발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통해, 기술혁신 능력을 갖춘 우수 중소기업들이 정부 R&D 과제에 도전해 자체 역량을 높이고, 부품·소재산업 전반의 저변을 확충한다는 계획이다.
한편 올해 말 효력이 만료되는 부품·소재특별조치법을 10년 연장하는 방안을 추진하여 새로운 10년을 준비하는 디딤돌로 삼을 방침이다.
마부작침(磨斧作針). 중도에 그만두지 않으면 언젠가는 도끼를 갈아 바늘을 만들 수 있다는 말이 있다. 우리 부품·소재산업이 지난 10년의 성과에 만족하지 않고, 더욱 노력한다면 앞으로 10년 뒤에는 일본·독일에 버금가는 세계 최고의 제조업 강국으로 도약할 것이라 확신한다.
남기만 지식경제부 주력산업정책관 letitbe@mke.g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