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테크윈은 군수업체다. 방위산업의 매출 비중이 50%에 육박한다. 방위산업체라서 아무래도 민간의 관심이 적다. 그런데 8일 갑자기 뉴스 한복판에 등장했다. 이건희 삼성 회장이 이날 사장단 회의에서 이 회사에 대한 그룹의 자체 감사 내용을 보고 받고 강한 질책을 했기 때문이다. 김순택 삼성 미래전략실장은 “최근 실시한 삼성테크윈 경영진단(감사) 결과를 보고받은 이 회장이 삼성의 깨끗한 조직문화가 훼손된 것을 강하게 질책했다”고 말했다.
삼성테크윈이 어떤 비리를 저질렀는지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삼성 조치로 그 심각성을 가늠해볼 수 있다. 오창석 삼성테크윈 사장은 지휘 책임을 지고 주주총회를 거쳐 곧 물러날 예정이다. 삼성은 감사팀의 기능을 격상해 계열사 감시를 강화할 방침이다. 삼성테크윈에 상당히 심각한 부정과 비리가 있었음을 짐작케 한다. 삼성은 그간 문제 됐던 K9자주포 사고와 큰 관련이 없다고 밝혔다. CEO도 비리와 직접 관련이 없으며 지휘 책임에 따른 인책이라도 설명했다.
삼성 이름에 먹칠하는 회사 운영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이건희 회장의 의지를 높이 평가한다. 하지만 삼성테크윈은 엄연히 상장 기업이다. 삼성전자가 25% 넘는 지분을 가진 최대주주라지만 시장의 평가를 받아야 하는 기업이다. 지난해 신용 등급은 ‘AA`, 부채비율은 128.1%로 양호한 기업이다. 이런 회사의 CEO를 갑자기 교체할 정도라면 그 이유를 분명히 적시해야 한다.
깨끗한 조직 문화를 추구하는 삼성이 어련히 알아 조치를 했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삼성의 내부 판단과 투자자의 판단은 별개다. 구체적이지 않을지라도 어느 정도 공개해야 한다. 그래야 삼성의 투명 경영 의지는 더욱 빛을 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