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수에 대한 두려움=새뮤얼 헌팅턴의 1997년 ‘문명의 충돌’에서는 지구화 시대에 끊임없이 갈등이 일어나는 원인을 명쾌하게 진단했다. 바로 문명의 차이가 피를 불러온다는 주장이다. 헌팅턴의 ‘예언’은 2001년 9.11 테러나 2005년 7월 영국 런던 지하철 테러에서 맞아 떨어졌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헌팅턴의 이론은 철저한 흑백논리라고 지적한다. 동서 냉전이 종식된 뒤 공산주의라는 ‘적’을 잃어버린 서구 사회가 새로운 적을 만들어 존재감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이라는 것.
이 책은 이런 비판에 동의하면서 시작된다. 저자인 아르준 아파두라이는 제3세계 곳곳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갈등은 그 사회의 경제 빈곤에서 찾아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유토피아는 없다’고 단호히 밝혔다. 최근 이념을 기반으로 한 전쟁이나 국가를 위한 애국심의 발로가 아닌, 특정 이익 집단의 관심을 최우선시하는 다양한 형태의 분쟁이 지구촌 곳곳에서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의 부제는 ‘분노의 지리학’이다. 저자는 문화인류학적인 시각으로 지구촌 곳곳에서 발생한 여러 갈등 양상을 관찰하고 분석했다. 현재 인류의 불행을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지만, 우리가 희망을 품어도 좋을만한 새로운 현상을 끄집어내려고 한다.
아르준 아파두라이 지음. 에코 리브르 펴냄. 1만3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