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 최고기온 28도를 웃도는 여름이 성큼 다가왔다. 더운 날씨로 몸도 마음도 쉽게 지치는 이 때, 밭에서 나는 고기라 불리는 ‘콩’으로 만든 시원한 콩국수로 다가올 삼복더위에 당당하게 맞서보자.
콩국수는 과거 서민들의 대표적 여름철 보양식이었다. 언뜻 보기에는 콩국에 국수를 말고 소금으로 간을 맞춘 소박한 음식이지만, 단백질과 지방 및 녹말이 배합돼 있기 때문에 알맞게 익은 열무김치만 곁들이면 영양상으로도 균형 잡힌 음식이 된다.
콩국수의 맛을 좌우하는 콩국은 어떤 콩을 쓰느냐에 따라 국물의 색깔뿐 아니라 고소함을 결정짓는다. 검은콩을 갈아서 만들 수 도 있고 메주를 만들 때 쓰는 노란콩을 사용해서 만들기도 한다. 또 땀을 많이 흘리는 여름철 음식이라 염분과 수분을 보충하는 것에서 유래하여 소금간을 해서 먹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전라도 지방에서는 소금 대신 설탕을 넣어 먹기도 한다. 기호에 따라서 미숫가루를 넣어서 먹기도 한다. 또 차게 해서 먹는 여름 음식으로 알려져 있지만, 겨울에는 국물을 따뜻하게 해서 먹기도 한다고 한다. 알면 알수록 변화무쌍한 음식이 아닐 수 없다.
진주회관 (서울시 중구 서소문동, 02-753-5388)은 40년 전통을 자랑하며 강원도 순우리콩으로만 국물을 내어 진한 국물 맛으로 유명하다. 유일한 반찬으로는 나오는 매콤달콤한 김치 맛으로 이 집을 찾는 사람도 있다. 일년 내내 콩국수를 먹을 수 있다는 것도 큰 장점이다.
강남 최고의 콩국수라는 별칭을 가진맛자랑(서울시 강남구 대치동, 02-563-9646)은 강원도 왕태콩과 약숫물로 살균 위생 처리된 물로 콩물을 만들어 낸다. 걸쭉한 국물이 특징이며 면은 메밀면으로 입안 가득 메밀 특유의 고소함이 베어난다.
하가원 (부산시 해운대구 좌동, 051-702-5511)은 별 다른 고명 없이 콩국에 씹는 맛이 좋은 생면으로 승부한다. 자리에 앉으면 시식용 콩국을 잔에 담아 내어주며, 콩국수 외에 돌판비빔밥도 인기메뉴인데 꾹꾹 눌러 누룽지를 만들어 먹는 재미가 쏠쏠하다.
칠성동 할매 콩국수 (대구시 북구 침산동, 053-422-8101)는 할머니가 간판도 없이 콩국수를 팔던 시절부터 전통을 이어온 곳으로 콩국수만을 판매하기에 메뉴판도 따로 없다. 다른 곳과 달리 볶은 호박에 김 고명이 얹어지며 콩국수 본연의 맛을 느끼게 하고자 고추와 마늘이 찬의 전부이다. 그날그날 날씨에 따라 국물을 미지근하게 또는 차게 조절해주는 것도 흥미롭다.
한세희 기자hah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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