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건설교통 정책의 자랑 ‘한국형 고속철도(KTX)’가 흔들린다. 자랑 끝에 불붙는다더니 골칫거리가 됐다. 지난해 3월 상업운행을 시작한 ‘KTX-산천’이 1년여간 41회나 고장을 일으켰을 때까지만 해도 우리는 운영주체인 코레일을 믿었다. 미심쩍었으되 “(도입기) 기계 특성상 2~3년쯤 안정화 기간이 필요하다”는 설명에 바싹 대비하면 큰 사고는 나지 않겠거니 했던 거다.
믿음과 기대는 곧 무너졌다. 지난 2월 ‘산천’ 제224열차가 궤도를 이탈한 데 이어 5월에는 19대(편성) 모두를 세워 점검해야 했다. 특히 지난해 11월 개통한 동대구역~부산역 구간의 선로전환기가 하루에 2회꼴로 406회나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니 믿기는커녕 간담이 서늘할 지경이다.
정부는 ‘산천’을 “우리 기술로 만들었다”고 자랑했다. “수출하겠다”고 호언했다. 개발 시작 6년만인 2002년 8월 시험주행을 시작했고, 2004년 12월 시속 352.4㎞를 기록해 세계를 놀라게 했다. 해외 시장에 내놓을 조건으로 여긴 ‘시험주행거리 10만㎞’를 2005년 11월에 돌파하는 등 파죽지세였다. 미국 플로리다, 브라질, 말레이시아 등지에서 곧 성과가 날 것으로 기대됐다. 하지만 시험주행을 조급하게 밀어붙인 게 문제였다. 빨리 수출 성과를 내려고 상업운행중인 기존 KTX 사이에 시험열차를 끼워 넣어 가며 10만㎞를 채웠다. 위험하기 짝이 없었다.
그 위험천만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수출길은 열리지 않았다. 시험주행 실적만으로는 역부족이었다. 국내 상업운행을 5년 뒤인 2010년 3월에야 시작했다. 해외에서 ‘산천’을 신뢰하기까지 아직 갈 길이 먼 것이다. 요즘 운행사고가 잦았으니 수출이 더 요원해졌다. 국내 이용자까지 등을 돌릴 지경이다. 조급함이 KTX를 망칠까 두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