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가 그룹 차원에서 컨버전스사업을 진두지휘할 IT 융합 태스크포스(TF)를 가동한다. 이는 이석채 KT 회장이 앞서 밝힌 ‘IT 컨버전스기업’이라는 비전을 본격화하는 것으로, 이의 성과에 따라 탈통신 방향성에 대한 가능성을 엿볼 수 있어 IT업계 내외의 비상한 관심을 모았다.
9일 업계에 따르면 KT는 스마트빌딩·스마트시티 등의 사업을 추진하는 ‘스마트 스페이스(Smart Space)’ TF를 발족했다. 또 디지털 사이니지 TF도 함께 발족, 가동했다.
KT 고위 관계자는 “그룹 차원에서 비통신 부문의 성장동력을 적극 발굴하겠다는 의지에서 TF를 가동한다”고 밝혔다.
스마트 스페이스는 단순히 기업 내 특정 시스템을 공급하는 차원을 넘어 건물, 도시 전체를 통합적으로 정보화한다는 뜻이다. 공간정보(GIS)와 지능형교통정보시스템(ITS)은 물론이고 건물통합제어시스템을 패키지 형식으로 구축하는 대규모 프로젝트다.
TF는 스마트시티의 엔지니어링, 컨설팅 등 실행기능과 함께 유관산업 지원기능, 관련 비즈니스 모델 기획기능 등을 맡는다. 총 70여명으로 구성돼 단일조직으로는 규모가 큰 편이다.
KT 고위 관계자는 “통신사업의 미래비전이 밝지 못한 상황에서 이 같은 시도는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보면 된다”고 말하고 “이미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분야를 중심으로 더욱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디지털 사이니지 TF는 최근 프랑스·미국 등에서 융합형 미디어로 주목받는 디지털 옥외광고사업을 추진한다. 디지털 옥외광고는 최근 발광다이오드(LED) 등을 활용해서 뉴스·광고 등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하는 한편, 인터넷전화 등과 결합하며 진화하고 있다. 수익성이 검증돼 국내 주요 IT서비스기업이 이미 시장에 진출했거나, 진출을 서두르고 있다.
KT가 이같이 결정한 것은 컨버전스사업의 특성상 다양한 업무를 조정할 수 있는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는 인식 때문이다. KT는 지난해 말 내부적으로 유사한 TF 가동을 검토한 바 있으나 관련 시장 규모가 미미하다는 이유로 시행을 보류한 바 있다.
그러나 최근 정부의 강도 높은 요금인하 압박으로 통신사업(MNO) 부문의 불확실성이 갈수록 커지며 비통신 부문의 신성장동력 발굴이 시급하다고 판단해 TF 가동을 서두른 것으로 파악된다.
이석채 회장은 최근 그룹 차원에서 스마트홈·스마트빌딩·스마트시티·디지털 사이니지 등 10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릴 수 있는 신규사업 아이템을 10개 이상 확보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유사한 TF가 늘어날 것임을 시사한 대목이다.
정진욱기자 coolj@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