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세계 신재생에너지 시장의 규모는 날로 커져 2009년 3469억달러로 반도체 시장 규모(2267억달러)를 초과했다. 이러한 속도로 성장할 경우 세계 신재생에너지 시장은 2015년 6000억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2009년 5000억달러인 철강산업과 1만1600억달러인 자동차산업 규모를 곧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까지 속속 나온다.
신재생에너지 선발주자인 독일·덴마크·미국 등의 선진국은 원천기술을 무기로, 중국·인도 등은 가격 경쟁력을 바탕으로 세계 시장의 80% 이상을 선점해 나가고 있다. 예컨대 2010년 태양광시장을 들여다보면 글로벌 톱10 기업 중 중국이 6개, 유럽 1개, 북미 2개가 올라와 있다. 풍력도 중국 3개, 유럽 5개, 북미 1개 기업이 랭크됐다. 신재생에너지 시장을 일부 선진국과 중국이 독차지하는 모습이 관찰된다.
반면에 우리나라는 2009년 기준으로 세계 태양광 시장점유율 1%, 풍력 시장점유율 0.1%를 차지하는 데 그쳐 국제경쟁력이 크게 미흡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에너지경제연구원 연구결과, 태양광 폴리실리콘 분야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신재생에너지 부품·소재 분야의 경쟁력 지수가 낮게 나타났다. 근본적인 요인은 후발주자로서 혁신적인 체제 구축과 역량 결집을 위한 행동계획 이행에 문제가 노정돼 있기 때문으로 본다.
신재생에너지산업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서 우선, 정부 위주의 드라이브 정책 체제에서 문제가 될 수 있는 것들은 과감하게 제거하고 개편할 수 있는 마인드 정립이 무엇보다도 필요하다. 정부 주도의 정책이 민간 및 지방정부의 자율적 참여 의식을 결여시킴으로써 국내 신재생에너지산업 초기시장 창출을 위한 보급 확산에 문제가 나타났다. 이로 인해 예상보다 성과를 내지 못하고 신재생에너지 산업별 가치사슬 형성도 미흡했다. 이를 해결하려면 부문별 시장 참여자가 필요로 하는 의향 조사를 면밀하게 시도해 산업화를 위한 초기시장 규모를 파악하는 게 우선이다. 또 지방정부에 역할을 부여하며 대·중소기업 간 동반성장을 위한 인프라 조성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둘째, 뛰어넘기(leapfrogging) 전략을 통해 차세대 기술을 선점해야 한다. 물론 시장을 이미 형성한 결정질 실리콘 태양전지나 육상 풍력 등 1세대 기술도 따라잡기(catch up) 전략을 통해 선도국과의 격차를 해소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정부는 중·장기적인 시각을 가지고 박막·염료감응 태양전지 등의 차세대 기술개발에 집중해 미래시장을 선점하도록 박차를 가해야 할 것이다. 우리는 뛰어넘기 전략으로 국제시장에서 성공했던 훌륭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 예컨대 LCD 분야의 1, 2세대 라인에서 선발 우위를 누리던 일본 기업과 경쟁하기 위해 우리나라는 1, 2세대 기술이 아닌 3세대 라인에 집중해 세계 디스플레이시장을 석권했다.
셋째, 신재생에너지 산업화 및 상용화를 위해 지역의 산업여건을 고려한 에너지원별 클러스터를 조성해야 한다. 특히 기술 신뢰성 확보를 위해 대규모 테스트베드를 구축해 설계·제작·시험 등의 종합적인 기술을 축적해 수출화를 위한 토대를 마련해야 한다. 최근 정부가 발표한 신재생에너지 기업지원 테스트베드 지원 정책은 국내 신재생에너지산업 발전을 위한 매우 바람직한 것으로 평가할 만하다. 다만 태양광은 기존에 확보한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기술력, 산업 인프라를 연계하고, 풍력은 산업 유사성이 높은 조선과 효율적으로 신재생에너지산업을 육성토록 클러스터를 선정, 조성해야 한다. 특히 거점지역에서 지자체가 직접 사업을 주도해 지역기업들의 자생력을 확보하고 지역 산업구조를 고도화시키며 지역 내 고용창출을 도모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또 부족한 가치사슬 부분을 보충하기 위해 미국 퍼스트솔라나 독일 큐셀 등과 같은 세계적 신재생에너지 기업을 지자체가 적극적으로 유치해 기술 이전토록 유도해야 한다.
우리는 분명 신재생에너지 강국으로 도약이 가능한 기반을 가지고 있다. 이를 어떻게 잘 활용하는지가 관건이다. 시장 관계자들의 적극적인 참여 유도, 뛰어넘기 전략을 통한 차세대기술 선점과 신재생에너지원별 클러스터 조성에 시급히 착수해 국내에 강건한 가치사슬을 형성, 산업 체계화를 구축해야 한다. 신재생에너지 산업이 해외로 도약하는 발판을 마련한다면 장기적으로 국내 에너지안보 개선에 기여하며 반도체·조선산업에 이어 수출효자산업이 될 것이다.
김진우 에너지경제연구원장 kimj@keei.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