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롭박스, 스크립드(Scribd) 등 316개의 실리콘밸리 스타트업을 키운 기업’ ‘페이스북의 CEO 마크 저커버그나 엔젤 투자계의 대부 론 콘웨이가 기꺼이 강사로 나서는 곳’. 실리콘밸리의 벤처투자기업 Y콤비네이터(YC)의 이야기다.
최근 실리콘밸리에 제2의 벤처 열풍이 불면서 벤처투자기업의 역할도 커지고 있지만, YC는 단연 영향력이 가장 큰 기업으로 꼽힌다. 특히, 이 기업이 2005년부터 실시하는 석 달짜리 벤처창업캠프는 전 세계 젊은이들이 도전하는 벤처계의 ‘슈퍼스타K’다.
2011년 겨울 벤처창업캠프에는 그리스·러시아·영국·스페인 등지에서 120개의 스타트업이 지원을 했고, 이 중 43개의 기업만이 캠프에 참가할 수 있었다. 이달 시작될 2011년 여름 캠프에는 2000개의 스타트업이 지원했다.
캠프에 참여하면 사업에 필요한 자금도 확보할 수 있고, 마지막 날인 데모데이에서 투자 유치도 가능하며 나아가 구글·페이스과 같은 기업에 인수되는 기회까지 얻을 수 있다. 여기까지는 다른 벤처창업 프로그램도 유사하다. 하지만 왜 유독 YC에 열광하는 것일까.
미국의 IT 전문매체 와이어드 매거진이 6월호에 탐사 보도한 YC의 벤처창업캠프 운영 과정을 살펴보면 이들의 성공요인은 ‘사람’ ‘도전’ ‘멘토링’으로 요약된다.
◇사업보다 ‘사람’을=캠프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스타트업들은 반드시 인터뷰를 거쳐야 한다. 10분간 자신의 사업모델과 비즈니스 계획을 설명하고, 투자자·YC 관계자들이 질의 응답을 하는 형태다. 여기서 가장 집중하는 요소는 해당 기업이나 비즈니스 모델의 성공 가능성이 아니라 지원자들의 ‘성격’과 ‘지성’이다. 비즈니스 계획이나 서비스는 캠프 중간에 바뀌기도 하지만 사업을 성공시키려는 의지나 도전 정신은 바뀌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이나 학력, 국적까지도 YC에서는 고려 요소가 아니다. 실제로 캠프에는 10대 창업가들도 참가한다.
◇첫 아이디어는 바뀔 수 있다=캠프에서 스타트업들이 처음 생각한 사업 아이디어가 바뀌는 일은 드물지 않다. 하지만 YC 관계자들은 이런 시행착오를 비난하기보다는 새로운 기회를 열 수 있도록 독려하고, 함께 고민한다. 이스라엘의 18세 창업자인 대니얼 그로스는 시행착오를 성공으로 바꾼 대표적인 사례다. 대니얼 그로스는 데모데이 이틀 전 공동창업자가 그만두는 바람에 급격하게 사업모델을 변경해야 했다. 그가 기존의 아이디어들을 조합해 만든 검색 색인 서비스 ‘그레플린’은 1년도 되지 않아 정식 서비스를 시작했고, 480만달러의 투자도 유치할 수 있었다.
◇YC(콤비네이터)는 ‘멘토’다=캠프에 들어가는 모든 기업들은 무료로 법률 자문을 받을 수 있다. 게다가 비즈니스 모델이나 서비스 설계에서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Y콤비네이터 조언자들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필요에 따라서는 테크크런치 C넷과 같은 IT전문 매체에 적절한 언론보도 계획까지도 함께한다.
멘토링은 캠프의 마지막 날인 데모데이까지 계속된다. 창업자인 폴 그레이엄은 직접 스타트업들의 프레젠테이션을 들으며 130초 안에 서비스의 특성과 비전을 가장 효율적으로 설명하도록 문장 구성에서 영어발음까지도 지도해준다. 겉만 번드르르하게 포장하는 것이 아니라 짧은 시간에 투자자를 설득하는 핵심적인 기술을 가르쳐주는 것이다.
이처럼 YC가 단순히 투자자와 스타트업을 연결해주는 역할을 넘어 스타트업들이 투자자와 소비자를 매혹하는 비즈니스를 만들도록 멘토링하기 때문에 드롭박스, 히어로쿠와 같은 성공모델이 지속해서 나올 수 있는 것이다.
이수운기자 per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