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디지털산업단지(G밸리)는 상전벽해라 표현할 만큼 변화가 놀랍다. 4년 전인 이곳에 둥지를 튼 필자 또한 매일이 달라지는 모습에 감탄한다. 출근시간에 100개가 넘는 빌딩에 1만 기업, 13만 직장인이 지하철에서 쏟아져 나오는 모습을 보고 한국의 밝은 미래를 본다.
하지만 실상을 보면 참으로 안타까운 면들이 많다. 2010년을 기준으로 ‘G밸리’는 1만25개 기업이 12만3596명의 직원으로 4조587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와 비교할 수 있는 대기업이 있다. 바로 삼성SDS다. 이 회사는 같은 해를 기준으로 1만23명이 4조3300억원의 매출을 올렸고 영업이익은 4243억원에 달했다. G밸리 기업 하나가 대기업 한 명의 직원 정도에 불과한 것이다. 1인당 매출로 보면 10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 근무하는 공간으로 치자면 이곳이 삼성SDS의 50배 수준은 넘을 것이니 생산효율로 따지면 500분의 1 수준이 된다. 논리를 너무 비약시킨 점도 있지만 어쨌든 이 곳 중소기업의 대표들에게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왜 이런 현상이 벌어질까? 첫째는 인력수준의 문제다. 채용할 때의 수준이 아니라 채용 후의 육성이 중요하다. 필자의 기억에 삼성SDS는 임직원의 수가 6000명 수준이었던 1998년에 교육비 126억원을 투자했다. 1인당 200만원 꼴이다. 교육센터인 20층 삼성멀티캠퍼스는 항상 교육받는 직원들로 붐빈다. 지금도 이 수준일 거라 믿는다.
반면에 G밸리는 교육의 불모지다. 일전에 한 대학교가 이곳 직원들을 대상으로 신기술 심포지엄을 열었다. SNS관련 기술을 주제로 잡았으니 당연히 관심이 많을 것이라 판단하고 120석의 대강당에서 행사를 열었다. 고작 8명이 그 강좌를 들었다. 따분한 과목이라 그랬다 치자. 작년에는 유명 개그맨을 불러 특강을 했다. 수많은 홍보와 유명인이라는 호재에도 불구하고 같은 방에 60명을 채우지 못했다.
이래가지고는 절대 대기업을 이길 수 없다. “상생하자, 동반성장하자”라고 떠들려면 적어도 같은 수준으로 따라가는 시늉은 해야 한다.
둘째는 포장기술에 대한 문제다. 포장이라고 하면 제품이 먼저 떠오를 것이다. 하지만 모든 포장은 자기 자신으로부터 출발한다. G밸리는 포장기술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자신을 알리는 능력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대기업은 경영자까지는 아니더라도 임원만 되면 인격이 묻어난다. 사용하는 용어나 행동이 남다르다. 물론 모두가 그렇진 않다. 대부분 그렇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곳의 경영자들은 그런 면에서 아직 부족한 점이 간혹 보인다. G밸리는 지식산업이 주축을 이루기 때문에 더구나 포장기술이 중요하다. 그것이 프레젠테이션이다. 자신을 알리는 방법, 회사를 알리는 방법, 제품을 알리는 방법을 꾸준히 생각하고 개발해야 한다.
대기업은 프레젠테이션의 중요성을 안다. 많은 회사들이 사내 프레젠테이션 경진대회를 연례행사로 연다. 그렇게 단련된 사람들과의 경쟁에서 이길 수 없는 것은 당연하다. 실력에서 밀리고 제대로 알리는 포장술에서도 밀리니 생산성 500분의 1이라는 결과가 나온다.
100만점에 90점인 성적을 95점으로 올리기 위해서는 뼈를 깎는 노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10점인 성적을 50점으로 올리는 것은 그보다 훨씬 적은 노력으로 가능하다. 지나치게 가혹하다 싶을지 모르지만 우리 ‘G밸리’는 아직 10~20점 수준이다. 하지만 조금만 노력하면 금방 30점, 40점으로 올릴 수 있다는 장점도 가지고 있다.
일전에 동반성장과 관련한 현판식 행사가 있었다. 중소기업은 경영자협의회의 임원으로 있는 경영자들이 대거 참석했지만 대기업은 1개 기업이 고작이었고 그것도 중견 정도의 회사에다 상무급 임원이었다. 철저히 무시당한 셈이다. 중소기업은 스스로 바꿔야 한다. 배워야 하고 알려야 한다. 그래야 무시를 당하지 않는다. 그래야 관심을 받는다.
조재천 인키움 대표 ceo@inkiu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