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든어택을 둘러싼 넥슨과 CJ 간 갈등이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두 회사 모두 이용자 정보를 볼모로 마주보고 달리는 열차처럼 극단으로 맞선 모습이다. 특히 내달 11일부터 자체 퍼블리싱 계획을 공개한 넥슨-게임하이 측에서는 이번 사태와 관련해 법적대응 카드도 검토하고 있어 게임업계 초유의 법정 공방으로 비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국내회원 수 1800만명, 최고 동시접속자 24만명의 국내 최대 온라인 FPS게임 ‘서든어택’의 이용자들은 최근 혼란에 빠졌다. 내달 10일로 다가온 넷마블의 서든어택 서비스 종료를 앞두고 자신의 전적 및 클랜 정보를 넷마블에 그대로 둬야 할지 아니면 스스로 스크린샷을 저장해 넥슨닷컴으로 이전해야 할지 갈피를 잡을 수 없는 상황이다.
◇끝없는 진실공방, 불안한 서비스=현재 개발사인 게임하이와 퍼블리셔인 CJ E&M 넷마블(이하 넷마블) 측이 서로 상대편을 신뢰할 수 없다며 게임서비스의 불안감만 키우고 있다. 게임하이는 서비스 종료를 한 달 앞두고 모회사인 넥슨과 퍼블리싱 계약을 새로 맺었다며 게임정보를 하루빨리 이전하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를 위해 지난주 이용자 스스로 게임 내 전적 및 클랜 정보가 담긴 스크린샷을 저장하고 넥슨 게임하이 홈페이지에 올리는 방식의 대규모 이벤트까지 시작했다.
넥슨 측은 “넷마블이 서비스 종료 이후에 게임정보를 주겠다는 모호한 공지만 올려놓은 상황에서 정확한 데이터베이스(DB) 이전방법은 알리지 않고 불안감만 키우고 있다”면서 이용자 DB 이전 문제에 소극적인 넷마블을 성토했다.
이에 대해 넷마블은 “넥슨과 공동서비스에 관한 추가 협상을 진행 중”이라며 넥슨으로의 일방적인 DB 이전 권유는 자제해달라는 입장을 밝혔다. 넷마블은 서든어택 공식홈페이지 접근 권한 및 일부 운영 기능에 대해 게임하이의 접속도 차단해 둔 상태다.
넷마블은 13일 “당사와 논의 없이 진행 중인 데이터베이스 이전은 중단해달라”며 “넷마블 측이 이용자의 게임정보를 고의적으로 훼손할 우려가 있다”는 식의 접근은 명예훼손에 해당한다고 강력히 반발했다.
◇방준혁 사단의 복귀, 안갯속 협상=평행선을 긋고 있는 양 사의 싸움은 남궁훈 전(前) 대표의 갑작스러운 사임으로 지난 7일 방준혁 전(前) CJ인터넷 대표가 CJ E&M 게임 부문 상임 고문으로 복귀하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과거 넷마블의 창업과 서든어택 퍼블리싱 계약을 주도한 방 고문 및 조영기 신임 넷마블 대표, 권영식 퍼블리싱 본부장이 등장하면서 협상은 원점으로 돌아갔다.
재계약 시한인 10일을 앞두고 게임하이는 넥슨과 서든어택 서비스 준비에 돌입했다. 지난해 5월 넥슨이 김건일 회장의 지분 52.19%를 인수한 시점부터 예고된 결말이었다. 서비스 준비와 동시에 넥슨은 홈페이지에 서든어택 이용자들을 대상으로 게임 정보 이전 계획을 알렸고 넷마블은 운영 권한을 차단하는 것으로 맞섰다.
지난 10일로 넥슨의 서든어택 퍼블리싱 계약이 완료됐지만 양사의 입장은 여전히 대치 중이다. 게임하이는 DB 이전 협상에만 나설 뜻을 밝혔고 넷마블은 채널링 등 추가 서비스를 전제로 한 협상 재개를 요구 중이다.
◇흠집만 남은 영광 될 것인가=서든어택 공동서비스 가능성이 낮아지면서 양사의 극단적 진실 공방은 이용자들의 혼란으로 고스란히 전가될 전망이다. 특히 게임 정보를 두고 법정 공방으로 갈 경우 피해는 걷잡을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수차례 성명서가 오가는 동안 양사의 협의가 필요한 패치 및 업데이트도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아 이용자들의 불만이 늘고 있다.
넥슨은 김대훤 게임하이 개발본부장 이름으로 공지문을 내걸고 정상적인 업데이트가 불가능한 상황 및 자발적 이전을 호소하고 있다. 넷마블은 계약 종료 이후에 이용자에게 본인확인 과정을 거쳐 정보를 제공하지만 넥슨닷컴으로의 직접적인 이전은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여기에 서든어택의 불안한 서비스로 경쟁 게임의 이용자 유입 가능성도 높아졌다. 경쟁 게임포털인 피망은 스페셜포스와 아바, 배틀필드 온라인을 서비스 중이며 넷마블 역시 자사의 FPS게임의 마케팅을 강화했다. 스페셜포스2와 솔저오브포춘의 마케팅을 강화했으며 자회사인 애니파크에서 개발한 그라운드제로의 시범서비스를 앞두고 테스터를 모집했다.
김명희기자 noprint@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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