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와 KT스카이라이프가 지루한 줄다리기 끝에 재송신 협상을 마무리 짓고 고선명(HD)방송 송출을 재개하게 됐다. 하지만 오는 7월 20일 2심 판결을 앞두고 있는 지상파-케이블TV 업계 간 갈등이 풀리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지상파방송사와 유료 방송사 간 분쟁의 불씨는 여전할 전망이다.
◇합의 내용은=일단 14일 오전 6시부터 KT스카이라이프의 6번 채널에서 SBS의 HD 방송을 다시 볼 수 있게 됐다. 13일 새벽 두 회사는 ‘재송신 재개’ 합의를 하고 MBC와 KT스카이라이프의 계약과 같은 틀의 계약을 맺는 것으로 잠정 결정했다.
SBS·KT스카이 내부 소식통에 따르면 양측간 ‘최혜 대우 조항’과 ‘단기 계약’ 부분을 주고받는 선에서 협상이 마무리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동안 KT스카이라이프는 MBC와 계약처럼 최혜대우조항을 넣는 것을 요청했으나 SBS가 이를 거부해왔다. 최혜대우조항은 SBS가 케이블TV 등 유료방송 사업자와 재송신 대가를 협상할 때 KT스카이라이프를 불리하지 않게 대우한다는 약속이다.
그간 KT스카이라이프는 3~5년 장기 계약을 요구한 반면 SBS는 1년 단기 계약을 선호했다. KT스카이라이프 쪽에서는 콘텐츠를 안정적으로 공급받기를 원하고, SBS는 상황 변화에 따라 저작권료를 올려 받을 여지를 남기겠다는 심산이었다.
◇배경은=방송통신위원회의 시정 조치 압박과 소송전 불사를 외치는 시청자들의 압박이 컸다. 방통위는 이날 시정명령을 내린 후 다음 수순에 돌입할 계획이었다. 방송사업 재허가 과정을 염두에 둬야 하는 방송사가 버티기 힘들 것이라는 예상이 나왔던 이유다.
방통위의 이날 발빠른 대응도 한 몫을 했다. 이날 오전 큰 틀의 재전송 합의만 보고받은 방통위는 합의내용을 언론에 흘려 사실상 못을 박았다. 방통위 뉴미디어정책국 관계자는 “방통위 시정 명령이 강제력은 없지만 압박 효과가 있었다고 본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과제와 전망=일단 급한 불은 껐지만 지상파방송과 유료방송간 분쟁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다. 상호 주고받을 협상카드가 있었던 지상파-위성방송과는 달리 지난 30여년간 저작권료·송출료를 지급하지 않았다. 지난해 1심 법원 판결에 따라 케이블TV 업계가 지상파방송사에 저작권료를 주는 방안을 논의했으나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내달 20일에는 지상파-종합유선방송사업자(MSO) 5개 회사 간 2심 법원 판결이 예정돼 있어 다시 한번 극렬한 법리논쟁이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방통위가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아 문제를 키웠다는 시각을 견지하고 있다. 방통위측에서 행정처분 권한을 갖지 못한 게 문제라고는 하지만 규제 권한을 갖고 있는 정부가 뒷짐 진 채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업계 자율 해결 원칙을 고수하는 바람에 시간만 허비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방통위 뉴미디어정책국 관계자는 “현재로선 유료방송 쪽에서 지상파에 적정한 저작권료를 주도록 유도하는 제도 개선안을 내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면서 “늦어도 이달 말까지는 가능한 개선안을 마련해 문제가 해결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의지를 내비쳤다.
오은지기자 onz@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