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50억원 미만 소액펀드 청산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자 ‘소규모 펀드 정리 계획안’ 제출이란 강도 높은 방안을 강구하고 나섰다. 소규모 펀드 청산제도가 시행된 지 1년이 지났지만 그 수가 오히려 늘어난 데 따른 대책이다. 하지만 펀드를 만드는 자산운용사, 판매사인 증권과 은행 그리고 고객까지 입장이 얽혀 금융당국의 의지가 반영될지 미지수다.
14일 금융위원회 등에 따르면 최근 50억원 미만의 ‘소규모 펀드 해소를 위한 추진방안’을 운용사와 판매사를 대상으로 발송, 이달까지 소규모 펀드 정리 계획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파악됐다.
정리계획안에는 구체적인 정리 시점과 방법 등이 포함됐다. 아울러 이달 말이나 내달 초 해당 펀드에 페널티를 부과하거나 역으로 제대로 청산절차를 거친 펀드에 인센티브를 준다는 방침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현재까지 업계의 소규모 펀드 정리 실적이 미흡하다고 판단, 적극적인 소규모 펀드 해소 방안을 마련해 시행하겠다”며 소규모 펀드 청산 이유를 밝혔다. 금융위는 지난해 4월 소규모 펀드의 모자형 펀드전환을 허용하는 것은 물론이고 1년 이상 50억원 미만 공모 펀드에 대해 임의해지할 수 있는 펀드 등록유지제도를 도입했다.
이처럼 금융당국이 소규모 펀드에 칼을 대는 것은 소규모 펀드가 부실하게 관리되면서 금융 소비자가 불이익을 받는다는 판단 때문이다. 소액펀드의 경우 주식·채권 등에 투자 없이 현금만 보유하면서 운용보수와 판매보수를 챙기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여기에 한 명의 펀드매니저가 수십개에 이르는 펀드를 운용하는 사례도 있어 펀드의 관리가 부실해지고 있다는 판단이다.
이와 관련 가장 난처해하는 곳은 판매를 전담한 증권사와 은행이다. 업계는 금융당국의 취지는 이해하지만 소규모 펀드 청산 작업에 난색을 표시했다.
펀드 판매사들이 소규모 펀드 청산을 위해 고객에게 일일이 연락을 취해 동의를 얻어야 하는 작업을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또 마이너스 부실펀드도 대거 포함돼 고객에게 동의를 얻어내기가 더욱 힘든 상황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펀드 청산을 위해서는 첫째로 고객들의 동의를 얻어내야 하는데 그간 수익을 기다려온 고객을 설득하는 작업이 만만치 않다”고 말했다. 고액자산가도 많아 섣불리 얘기를 꺼냈다가 고객의 눈 밖에 나면 다른 펀드에도 영향을 미칠 수가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소액펀드 청산이 현실화되기 위해선 공시 절차를 간소화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이 관계자는 “자칫 고객의 펀드변경을 임의대로 할 경우 고객과의 법적분쟁도 이뤄질 수 있다”며 “현행 공시절차의 간소화를 통해 고객 피해를 줄이면서도 판매사의 입지도 살릴 수 있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경민·박창규기자 km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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