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화수 칼럼] `클라우드 전국시대`에 살아남기

 바야흐로 클라우드 전국시대(戰國時代)다. 아마존, 구글, 마이크로소프트에 이어 애플이 가세하면서 세계 IT산업계는 클라우드 컴퓨팅 대전에 돌입했다.

 클라우드(Cloud)는 한마디로 인터넷 상의 온갖 컴퓨팅 자원과 콘텐츠를 필요할 때 빌려 쓰는 서비스다. 제공 범위에 따라 이아스(IaaS:하드웨어 등 인프라), 파스(PaaS:OS 등 기본SW 플랫폼), 사스(SaaS:응용SW)로 분류되나 점차 영역이 파괴되고 있다.

 아마존이 인프라에 집중한다면 구글과 MS는 플랫폼, 응용SW에서 아성을 쌓는다. 정보 검색의 무한 확장을 집요하게 노리는 구글은 OS 플랫폼의 약점을 크롬OS로 극복하려 한다. MS는 PC 플랫폼의 기득권을 유지하면서 응용SW로 구글을 제압하려 한다. 모바일 단말기가 약점이나 최근 노키아를 끌어들였다.

 애플은 경쟁사가 놓친 마켓플레이스로 들어와 이젠 ‘모바일 미’로 플랫폼 영역 전체를 넘본다. 하드웨어와 콘텐츠, 마켓플레이스와 같이 경쟁사엔 없는 독자 생태계를 앞세워 길목을 장악하려 한다. 폐쇄적 생태계에 허점이 있지만 애플은 최근 미디어업체에 대한 앱스토어 강제 결제 정책을 철회하는 등 조금 유연해졌다.

 공룡들의 싸움이 커지면 주변은 초토화한다. 당장 휴대폰, PC, 서버 등 하드웨어업체는 물론이고 인터넷데이터센터(IDC)와 같은 통신사업자들도 타격을 받는다. 응용SW업체들도 당분간 기업 시장으로 연명하겠지만 클라우드의 진전에 따라 협력사 지위로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우리 업체들은 어떠한가. 불행하게도 답이 안 보인다. 포털과 통신사업자, 스마트기기업체들이 저마다 클라우드를 표방하며 준비를 하지만 정면 승부할 만한 기업은 전혀 없다. 인프라와 플랫폼, 응용SW까지 모두 가진 미국 발 클라우드 공세에 버틸 재간이 없다.

 포털 업체는 언뜻 클라우드 시장을 선점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확실한 OS 플랫폼이 없으며 응용SW와 앱이 아무래도 달려 시장 장악에 한계가 있다. IDC업체들은 세계 서버 자원을 총 동원하는 미국 클라우드의 ‘규모의 경제’에 밀린다. 스마트기기 업체들은 애플에 맞선 구글, MS와 함께 당분간 버틸 것이다. 하지만 하드웨어 자체가 껍데기가 되는 클라우드 시대의 도래가 영 달갑지 않다.

 현실적인 방법은 저마다 알아서 미국 클라우드 세력의 우산 속에 들어가는 길이다. 생명을 건지겠지만 꼴은 말이 아니다. 딱 하나 새 길이 있기는 하다. 포털과 스마트기기, 통신사업자가 서로 힘을 합치는 방법이다. 그런데 지향점이 다르다. 심지어 개념조차 없는 기업도 있다. 인수합병(M&A)은 꿈도 못 꾼다. 협력의 길이 이처럼 멀고 험하다. 그럴지라도 꼭 이 길을 가야 한다. 그렇지 않고선 클라우드 전국시대에 우리 기업들은 모두 변방으로 밀려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