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업계를 향해 강력한 쓰나미가 몰려오고 있다. 게임업체가 벌어들인 매출액의 0.1% 범위 안에서 기금을 걷는 청소년보호법 개정안이 14일 여성가족위원회 전체회의에 상정, 16일 법안소위에서 다뤄진다. 특히 게임 회원으로 가입하려는 청소년이 16세 미만인 경우, 게임업체가 해당 학생의 부모 동의를 받도록 하는 청소년보호법 개정안도 전격 제출됐다.
14일 국회 및 업계에 따르면 여성가족위원회 소속 국회의원들은 이날 전체회의에서 이정선 의원이 발의한 기금 법안에 대해 토론을 벌였으며, 16일 법안소위에서 심사할 예정이다. 법안은 이후 법사위, 본회의에 상정 통과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이정선 의원실 측은 “법안이 통과되면 시행령 등 하위법령을 마련하고, 기금 운용 주체와 기금액수는 추후 조정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법안은 여성가족부 장관이 청소년 예방을 위해 매출액의 100분의 1 이하에서 게임중독 예방 및 치료센터 설립을 위한 기금징수를 명시하고 있다. 법안이 통과된다면 지난해 매출액 기준으로 넥슨과 엔씨소프트는 최대 각각 93억원, 64억원가량을 내야 한다. 국회 안팎에서는 2000억원 정도의 기금이 조성될 것으로 낙관하고 있다.
하지만 여성가족부는 인터넷중독 예방센터 필요성에 대해선 공감하면서도 매출액 일정 부분을 기금으로 징수하는 방안에는 신중한 입장이어서 앞으로 과잉규제 논란이 벌어질 전망이다. 게임산업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 역시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문화부 관계자는 “기준 자체가 다소 모호하고, 정부 예산으로 과몰입 예방을 위한 지원이 이뤄지고 있다”고 사실상 반대 의사를 밝혔다. 올해 문화부는 게임과몰입 예방을 위한 예산으로 23억원을 배정해 놓고 있다.
백희영 여성가족부 장관도 “필요성에는 공감한다. 하지만 기금에 관해선 기획재정부, 문화부 등 여러 관계된 부처와 의견이 조율 검토돼야 한다”며 “하지만 인터넷중독예방 치료센터는 현재 용인에 치료 건립하고 있으며 청소년들의 치료를 위해 확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특히 19세 미만 셧다운제를 발의했던 신지호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을 두고 의견이 엇갈렸다. 이 법안은 16세 미만 청소년이 게임 회원으로 등록하려고 할 경우, 게임업체가 친권자의 동의를 받도록 해 제2의 셧다운제 논란으로 비화될 전망이다.
게임 업계는 이 같은 국회 움직임에 대해 긴장감을 나타내고 있다. 게임산업협회 관계자는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법안들이 발의되고 있다”면서 “법안소위는 만장일치제지만, 현재로서는 기금법 통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게임업계의 소극적 대응이 이 같은 게임산업에 대한 규제를 낳는 배경으로 풀이했다. 국회의 한 보좌관은 “합리적 방안을 도출하기 위해 게임업체에 사장단 간담회를 수차례 건의했지만, 반응이 사실상 없었다”고 꼬집었다.
김원석기자 stone201@etnew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