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네트워크 장비는 그간 업체들의 노력으로 외산에 못지않은 성능을 보였다. 일부 범용 장비의 경우 같은 품질임에도 국산이 외산보다 더 값이 싸다. 표준화도 잘 돼 있어 외산이든 국산이든 호환에 어려움도 없다. 문제는 발주 업체 운영자의 국산장비에 대한 편견과 이미 구축한 외산 장비에 대한 익숙함이다. 기존 장비의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으려는 관행은 국내 장비 업체에게 애써 만든 장비를 선보일 기회조차 박탈하곤 했다.
글로벌 시대에 무조건 국산을 써야 한다는 주장은 온당치 않다. 하지만 경쟁의 기회조차 주지 않는 것은 문제다. 더욱이 발주처가 정부와 공공기관이라면 심각한 문제다.
이런 가운데 지식경제부가 14일 정부와 공공기관의 스마트워크 사업에 국산 솔루션을 적극 도입할 뜻을 밝혔다. 또 공공기관 지방 이전에 따른 시스템 재구축에도 국내 기업의 참여를 유도할 방침이다. 국내 장비 업체들이 공정한 평가에 목말랐던 상황에서 정부의 이 같은 의지 천명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물론 현재 18% 수준인 국산 솔루션 도입 비율을 언제까지 얼마나 높이겠다는 구체적인 내용이 있는 것은 아니다. 시스템 재구축 신규 수요도 500억 원 규모로 그리 크지 않다. 중요한 것은 국내 업체들이 받는 역차별을 해소하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공개적으로 나왔다는 점이다.
과제는 이러한 방침을 구매 현장에서 가시화하는 것이다. 정부는 이와 관련해 특정업체에 유리한 심의제도 등 구매 관행을 혁신할 방침이다. 공정한 품질과 가격 경쟁이 이뤄지게 하는 구조만 제대로 갖춰도 국내 업체들에겐 큰 힘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