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오전 고려대학교 중앙도서관 1층 복사실. 한쪽 벽에 늘어선 여섯 대의 컴퓨터 앞에는 학생들이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다. 기말고사 준비로 과제물이나 자료를 출력하기 위해서다. 그런데 오른쪽 컴퓨터 두 대에는 유독 더 많은 학생들이 서 있었다. 한 학생에게 이유를 묻자 “이쪽은 출력이 무료”라고 말했다. 복사실에서 출력 비용을 받지 않는다? 어떻게 가능하냐고 다시 묻자 그는 대답 대신 손으로 A4 용지 아래를 가리켰다. 그곳에는 배너 형태의 광고가 찍혀 있었다. 광고가 실린 용지를 사용하는 대신 학생들이 무료로 출력할 수 있도록 돕는 서비스였다. 비용 부담이 없는 덕에 과제물이나 입사서류처럼 공식문서가 아니라면 마음껏 이용하기에 충분해 보였다. 이 학교 학생인 김민재씨(24)는 “시험공부에 필요한 논문을 여러 건 출력하려면 비용이 만만치 않아 부담이었다”며 “이 서비스를 이용하기 시작한 뒤로는 출력비용 부담을 덜었다”고 말했다.
이처럼 학생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아이디어를 내놓은 주인공은 애드투페이퍼(대표 전해나)라는 벤처기업. 특이하게 대표 역시 이 학교 학생이다. 그는 2년 전 창업과정 전반을 경험해볼 수 있는 ‘캠퍼스 CEO’라는 학내 교양수업을 듣다가 창업의 길로 접어들었다. 그가 낸 아이디어가 우수 사례로 선정되면서 실제로 창업을 추진하게 된 것.
“학생들은 과제 제출 등으로 출력할 일이 많잖아요. 비용이 적은 듯해도 모아보면 꽤 큰돈이 되거든요. 이걸 아낄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다가 아이템을 내놓았어요.”
지난해 12월 고려대에서 베타서비스를 시작한 뒤, 학내 방송에 소개되면서 인기를 끌었다. 이후 서울대·동국대·연세대·한양대 등으로 확대됐고, 5000여명의 학생들이 15만장의 무료 출력을 하는 등 많은 관심이 쏠렸다. 기대에 힘입어 올해 3월에는 정식서비스를 시작했다. 5월에는 숭실대까지 범위를 넓혔다.
광고주의 반응도 호의적이다. 다음·엔비디아·롯데월드 등이 애드투페이퍼의 서비스를 활용해 대학생 대상 홍보를 하고 있으며, 학원·음식점 등 대학가 주변 업종의 문의도 늘고 있다는 것이 전 대표의 설명이다.
물론 매출은 많지 않다. 겨우 수지타산을 맞추는 정도라고 한다. 하지만 성공 가능성을 알아본 기관이나 투자자의 지원이 잇따르고 있다. 최근에는 정보통신산업진흥원의 도움으로 사무실을 서울 마포구에 있는 누리꿈스퀘어로 옮겼다. 2차 투자도 앞두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올해 안으로 30~40개 대학에서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전 대표는 “서비스를 이용하는 학생이 전국으로 확대되는 것이 바람”이라며 “이렇게 소소한 아이템도 잘 다듬으면 좋은 사업모델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많은 이들에게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박창규기자 kyu@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