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과 시장은 서로 분리해 생각할 수 없다. 시장이 커지거나 발전 가능성이 있으면 기업은 그러한 시장에 매료된다. 이것은 기업 입장에서 보면 지극히 당연하고 자연적인 반응이다.
기업의 목적은 추구하는 가치에 따라 다르게 설정된다. 반도체를 생산하는 기업과 화장품을 생산하는 기업은 서로 다른 목적을 가진다. 하지만 기업은 언제나 보다 나은 가치를 위해 변신을 추구한다. 즉 현재의 기술이나 제품에서 안주하지 않고 새롭고 부가가치가 더 큰 기술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처럼 기업이 변신을 꾀하는 이유에는 소비자의 요구와 사회적 요구가 내재한다.
제품의 최종 사용자가 소비자일 경우 끊임없이 변화하는 소비자의 요구에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해 기업은 새로운 아이템으로 빠르게 전환할 것이다. 시장을 주도하면서 소비자의 반응을 살피고자 할 것이다.
반면 사회적 요구에 대한 기업의 대응은 다소 다를 것이다. 사회적 요구는 소비자의 요구처럼 빠르고 다양하게 변화되기 보다는 오랜 기간 논의를 거쳐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될 때 비로소 느껴지기 때문에 변화에 대한 체감도가 느리다.
예로서 산업과 국민생활의 근간이 되는 에너지 이슈는 사회적 요구와 맞물려 있다. 오래전부터 화석연료의 매장량과 환경오염 등에 대한 걱정은 있었지만 실제로 체감하기는 어려웠다. 이산화탄소의 과도한 배출이 가져올 폐해에 대한 경고는 이전보다 강한 허리케인·지진·쓰나미 등으로 많은 생명을 잃고 난 뒤에야 심각성을 실감하게 됐다. 화석연료 사용에 따른 지구온난화와 이로 인한 자연재해에 대한 인식은 오랜 시간이 필요했으며, 대안으로 그린에너지의 사회적 필요성이 대두되기 시작했다.
이제는 전 세계적으로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그린에너지의 중요성을 인식하기 시작했다. 그린에너지는 친환경적 에너지인 태양광이나 바람을 이용하는 에너지 기술이다. 태양광을 이용하는 태양전지 시장이 점점 커지고 있는 것은 탄소배출 제로 사회를 꿈꾸는 사회적 요구가 반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이 커지니 기업이 관심을 가지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무작정 투자하는 기업은 없다. 과거 시장 성장세와 현재의 시장상황, 미래 시장 잠재성 그리고 경쟁력 등을 분석한 후 투자를 결정할 것이다.
지난 10년간 태양전지 시장은 꾸준히 성장했으며 2010년은 전년 대비 무려 100%의 성장세를 과시했다. 우리나라 기업은 과거와 현재의 시장변화로부터 태양광 시장의 미래를 보았을 것이다. 그린에너지를 향한 확고한 사회적 요구와 태양광 시장의 밝은 미래가 대기업들을 움직인 것이다.
현재의 태양전지 시장은 중국과 일본이 점유하고 있다. 중국·일본·유럽이 주축이 된 시장에 승산이 없다고 판단했으면 국내 대기업들은 투자를 철회했을 것이다. 하지만 많은 대기업들이 태양전지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는 것은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일 것이다.
불과 2~3년 전만해도 태양전지 시장에서 대한민국은 톱10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지금은 세계 8위의 태양전지 생산국이 됐다. 대기업이 태양전지 사업에 참여하고 부터다. 이대로 간다면 태양전지 시장을 호령하는 3대 강국에 들게 될 날도 기대해 볼 만하다.
박남규 성균관대학교 화학공학부 교수 npark@skku.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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