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은 안팎으로 기술유출 위험에 놓여있다. 연구개발자 등 내부 관계자들이 기술을 유출하겠다고 마음이라도 먹으면 이를 막을 뚜렷할 방법이 많지 않다. 외부적으로도 경쟁관계에 놓여있는 기업이나 대기업들의 기술 침해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하지만, 이러한 위험에도 국내 대다수의 중소기업들은 뚜렷한 대책이 없다. 유출된 기술에 대한 개발 사실을 입증하기 힘들어 실질적인 대응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2009년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된 기술자료 임치제도(이하 기술임치제)는 이러한 중소기업의 걱정을 덜어주고, 핵심 기술자료와 영업비밀 등을 보호할 수 있는 안전 장치로 각광을 받고 있다.
대중소기업협력재단에 따르면 현재까지 임치된 614건의 기술자료 가운데 80%가 중소기업에서 맡긴 것이다.
특히 지난해 말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이하 상생법)’ 개정 이후 중소기업의 기술임치제 이용 실적은 크게 늘어나는 추세다. 실제로 지난해 11월 이후 올해 5월까지 재단에 총 230건의 기술자료가 임치됐는데, 이는 전년 동기(120건)대비 2배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기술임치제 주요 활용 업체로는 인피니트헬스케어, BNF테크놀로지 등을 들 수 있다.
의료용 영상솔루션 개발 업체인 인피니트헬스케어는 국내 중소기업 중 기술임치제를 가장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업체다. 이미 자사의 핵심기술 21건을 재단에 임치할 정도로 제도에 대한 신뢰도가 깊다. 이 회사는 외국기업이 독점하던 의료영상 저장시스템을 국산화하는데 성공, 현재는 국내 점유율이 전체의 70%에 달한다.
기업의 핵심 경쟁력을 독자적인 기술로 꼽고 있는 인피니트헬스케어는 개발 과정에서부터 철저하게 기술임치제를 이용해 만일의 기술 유출에 대비한다. 회사 관계자는 “기술 발전 속도가 빠른 IT업계의 특성상 출원에서 등록까지 1년여 이상 걸리는 특허 대신 기술임치제를 이용함으로써 기술을 보호하고 있다”며 “내부 관계자에 의한 기술 유출 등을 방지하기 위해 버전별로도 기술자료를 임치하고 있다”고 말했다.
감시 및 제어계측 솔루션 전문업체인 BNF테크놀로지는 내부 관계자에 의한 기술 유출 차단, 특허등록 전 개발기술 보호, 계약시 안정적인 유지보수 보증 등 세 가지 목적으로 기술임치제를 활용하는 사례다. 특히 내부 관계자의 기술 유출은 회사가 물리적으로 완벽한 보안 시스템을 구비한다 해도 보안에 한계가 있다는 판단에 따라 기술자료임치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BNF테크놀로지 관계자는 “앞으로 개발되는 모든 기술에 대해 특허등록 이전까지 기술임치제를 이용해 개발기술 보호에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중소기업청은 이처럼 중소기업들의 기술임치제 이용이 늘어나자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지난 3월부터 ‘온라인 임치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이 서비스는 대중소기업협력재단에 마련된 기술임치센터를 방문하지 않고도 기술임치 신청에서부터 임치물 전송, 협약까지 모든 과정을 온라인으로 처리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상경 대중소기업협력재단 기술협력본부장은 “기술임치제 이용 실적이 수도권에 다소 편중돼 있다”면서 “이 제도가 전국 중소기업 기술 보호의 든든한 버팀목이 될 수 있도록 각 지자체 및 기업 지원기관과 협의해 제도 이용 확산에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전=신선미기자 smshi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