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대지진 100일]인터뷰/정부, 부품소재 공급난 우려에 그쳤다

[일본 대지진 100일]인터뷰/정부, 부품소재 공급난 우려에 그쳤다

 “일본 도호쿠 지방 대지진 당시 부품소재 수급에 차질을 빚지 않을까 우려됐습니다. 하지만 정부가 업종별 상황을 신속하게 점검하고 기업과 공동 대응한 덕분에 현시점에서 종합적으로 판단한 결과 그 같은 우려는 현실화되지 않았습니다.”

 김재홍 지식경제부 성장동력실장은 일본 대지진이 우리 산업 경제에 미친 파장을 이같이 종합 진단했다. 우리 산업 경제의 기초체력이 과거와 달리 튼튼한데다 정부와 기업이 반도체·디스플레이·자동차 등의 부품소재 공급난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공급처 다변화, 추가 생산 형태로 선대응했기 때문이다. 물론 일본 정부와 기업이 신속하게 생산라인을 복구하고 가동한 점도 한몫했다고 김 실장은 설명했다.

 실제로 일본 지진으로 인해 대일본 부품소재 수출입 실적은 큰 격차를 보이지 않았다. 지난해 3~5월 부품소재 대일 수출은 31억4000만달러, 수입 95억6000만달러였는데 올해 같은 기간 수출은 44억1000만달러, 수입 103억1000만달러였다.

 오히려 일본 대지진은 일부 국내 기업의 매출 상승으로 이어지는 기회 요인으로 작용했다. 포드·크라이슬러 등 글로벌 자동차 기업은 부품 조달 공급처가 A사 등 한국 기업으로 돌렸다. 일본 소재기업인 알박은 한국 생산기지의 생산물량을 대폭 늘렸고 B사 부품소재 매출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

 김 실장은 “일본 기업이 전력공급 부족 등을 염려한 나머지 생산기지를 해외로 이전하는 것을 적극 검토하고 있고 한국도 중국·대만·말레이시아 등과 함께 후보지역으로 거론된다“며 “일본 기업의 투자유치 상담 건수가 대지진 발생 이후 200건에 달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글로벌 부품소재 기업의 투자 유치에 성공하면 선진 기술 유입을 촉진하고 또 다른 외국기업의 투자 유치를 불러오는 연쇄효과를 가져와 결국 국내에 안정적인 부품소재 조달 기반이 마련될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는 “정부나 지자체가 일본 기업이 처한 어려운 상황을 역이용하는 듯한 분위기는 절대 금물”이라고 누차 강조했다. 우리나라가 유럽·미국 등 모든 글로벌 기업을 대상으로 흡족할 만한 투자 유치 환경 여건을 먼저 만들어 놓아야지 무턱대고 일본기업 투자 유치에만 매달린다면 한일 관계가 자칫 불편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김 실장은 “일본 대지진 사태 이후 특정 국가에 대한 높은 의존도가 위험하다는 인식이 확대돼 정부는 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부품소재 관련 글로벌 기업 인수합병(M&A), 글로벌 기업 투자유치 여건 조성, 연구개발(R&D) 지원 등의 정책을 더욱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끝으로 “기업들은 R&D 노력뿐만 아니라, 한·EU FTA, 한미 FTA 등을 통해 핵심 부품소재 수입처 다변화를 모색해야 한다”며 “일본 대지진 발생 100일을 돌아보며 특정 국가에 대한 부품소재 의존도 축소, 조달 리스크 등 글로벌 조달 체제를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안수민기자 smah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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