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빅뱅]일과 삶의 조화 `스마트워크`로 되네요!

 “일과 삶의 조화, 두 마리 토끼 모두 잡았습니다.”

 지난 5월 경기도 분당과 서울 삼성동에 문을 연 삼성전자의 ‘스마트워크센터’. 운영 한 달째를 맞은 이 새로운 공간에는 개인과 가족의 삶의 질을 높이고 성과 중심의 업무를 추구하는 ‘스마트 워커’들이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고 있다.

 스마트워크(Smart Work)는 정해진 시·공간에서 근무하는 고정관념을 탈피해 개인의 일과 삶을 조화할 수 있도록 업무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한 새로운 근무 형태다. 특히 직장맘들이 일과 육아를 쉽게 병행할 수 있어 높은 관심을 얻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초등학교 이하 자녀를 둔 전 임직원을 대상으로 신청자를 접수, 약 30명을 선발해 재택·원격근무제를 운용하고 있다. 재택·원격근무자들은 철저한 성과주의 원칙을 바탕으로 정해진 출퇴근 시간 없이 총근무시간을 자율적으로 운용할 수 있다.

 지난 17일 오후 경기도 분당의 삼성전자 스마트워크센터에서는 5명의 재택·원격근무자들이 기자를 맞이했다. 일반 가정의 부엌을 연상케 하는 휴게실에 둘러앉은 직원들은 금요일의 피로감은 커녕 화장기 없이도 생기 있는 모습이었다.

 ◇근무 한 달 “삶이 달라졌다”= 재택·원격근무를 시작한 지 한 달. 이들 모두 “삶에 긍정적인 변화가 생겼다”고 입을 모았다. 과연 어떤 변화가 생겼을까.

 박수희 IT솔루션사업부 수석연구원은 “학교를 마친 아이가 집에 왔을 때 직접 문을 열어주며 맞이할 수 있게 된 것이 작지만 큰 변화를 불러왔다”고 회상했다.

 “퇴근 전까지 자녀를 돌볼 수 없어 이른바 ‘학원 뺑뺑이’를 시킬 수밖에 없었는데 아이가 정서적 불안과 공허함을 느껴 상당히 걱정스러웠습니다. 아이를 돌보려면 사사휴가나 퇴직밖에 방법이 없었는데 재택·원격근무가 좋은 대안이 됐습니다.”

 박 수석은 아이가 학교를 마치기 전 집에 갔다가 아이 얼굴을 보고 공부 지도와 식사준비를 해준 뒤 다시 센터로 와서 업무를 한다. 휴가를 내지 않으면 불가능했던 학교 방문도 이제는 자유롭게 하고 있다.

 스마트워크센터는 직장맘뿐만 아니라 기혼 남성과 그들의 가정에도 긍정적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정춘상 반도체사업부 시스템LSI부문 책임연구원은 아침마다 자녀를 유치원에 직접 데려다주는, 한국에서 보기 드문 아빠가 됐다. 직장맘인 부인이 워낙 바빠 아이 돌보기가 힘들었는데 재택근무를 시작한 뒤로 육아시간이 늘어나 걱정이 줄었다.

 정 책임은 “아침마다 아이를 유치원에 데려다 준 직후 자전거를 이용해 스마트워크센터로 출근한다”며 “유치원 아이들 대부분이 엄마가 데려다주는데 우리 아이는 아빠가 데려다주니까 ‘우리 아빠 멋지지’ 하며 친구들에게 자랑한다”고 웃었다.

 며칠 전 정 책임은 평소와 달리 재택근무를 했다. 아이가 아파서 병원에 다녀오고 약과 밥을 챙겨주는 등 종일 간호를 했기 때문. 예전에는 가사 도우미를 급히 구하거나 양가 부모님께 도움을 요청할 수밖에 없었지만, 이제 직접 아이를 돌볼 수 있어 마음이 편하다고 했다.

 정 책임은 “육아는 엄마와 아빠가 함께 하는 것이지만 실제로는 엄마가 전담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재택·원격근무를 시작한 뒤로 아내의 육아부담이 상당히 줄었고 나 역시 아이와 함께 하는 시간이 많아져서 만족한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재택·원격근무자들 모두 삶에 크고 작은 변화를 겪고 있었다. 아이가 아플 때 시간을 자유롭게 배분해서 아이를 돌볼 수 있는 점, 통근시간이 줄어들어 시간 여유가 늘어난 점 등을 통해 본인은 물론이고 가족의 삶의 질까지 변화시키고 있었다.

 ◇업무성과 부담은 여전= 재택·원격근무로 업무 자율성은 극대화됐지만 그만큼 업무성과에 신경쓸 수밖에 없다. 특히 정해진 출퇴근 시간이 없어 불규칙한 생활을 하고 이로 인해 업무 긴장감이 떨어질 가능성도 있다.

 김지영 무선사업부 책임연구원은 “다른 동료들과 달리 시간을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게 되니 업무 성과에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다”며 “이 때문에 상사와 어떻게 업무 성과를 유지하고 더 향상시킬 수 있을지 대화를 많이 한다”고 말했다.

 전춘상 책임은 “업무 자율성을 부여받은 만큼 계획적인 생활을 하려는 마음가짐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재택·원격근무자들은 더 많은 임직원이 이 제도를 이용했으면 좋겠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실질적으로 부부가 육아를 공동 부담하려면 여성뿐만 아니라 남성들도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전춘상 책임은 “남자라서 대상자로 선정될지 반신반의했었지만 용기를 갖고 지원하니 좋은 결과를 얻은 것 같다”며 “업무와 육아를 병행해 힘들기도 하지만 아이의 정서적 안정과 가정의 화목을 생각한다면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박수희 수석은 “자기 업무가 재택·원격근무로 불가능할 것이라는 선입관 때문에 지원을 시도조차 하지 않는 경우를 많이 봤다”며 “나와 가족의 삶에서 과연 무엇이 중요한지 생각한다면 적극적인 자세로 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주영진 인재개발센터 과장은 “가장 중요한 것은 상사의 적극적인 지원과 팀원들의 배려”라며 “재택·원격근무자들 모두 상사와 팀원들의 이해와 배려가 있었기에 수월하게 원격근무를 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희경 반도체사업부 책임연구원은 “스마트워크센터를 주말에도 개방해 지방 근무자들이 사무실까지 가지 않고도 가까운 곳에서 업무를 처리하도록 배려하는 등 재택·원격근무제를 다방면으로 확대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배옥진기자 withok@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