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기·공기청정기 등 생활용품처럼 스마트패드도 월 통신료만 내면 무료로 빌려쓸 수 있는 이른바 ‘렌털 판매’가 처음 등장했다.
소정의 단말기 가격을 소비자가 부담하고 계약 해지 시 거액의 위약금을 물어야 하는 약정판매와 비교하면 매우 파격적인 조건이다.
19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서울 여의도 등 전국 주요 SK텔레콤 휴대폰 매장에서 월정액 통신요금제에 가입하면 삼성전자 ‘갤럭시탭’ 7인치를 임대(렌털) 방식으로 무료로 제공하는 이색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판매 조건은 일반 약정판매처럼 2년 약정기간을 정해 2GB(2만9000원)나 4GB(4만5000원) 요금제에 가입해 약정기간 동안 사용하면 단말기를 소비자가 소유할 수 있다. 하지만 약정기간 이전에 계약을 해지하더라도 단말기만 반납하면 위약금을 물지 않아도 된다.
현재 SK텔레콤 대리점에서는 2년 약정에 월 2만9000원의 2GB 요금제에 가입하면 10만~20만원의 단말기 요금을 소비자가 부담해야 한다. 약정기간 전 계약을 해지하면 추가로 20만~40만원의 단말기 가격을 위약금으로 내야 한다.
렌털 판매 이벤트를 진행 중인 매장의 한 직원은 “한마디로 정수기나 공기청정기를 월 사용료만 내면 약정에 상관없이 이용할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별도의 단말 임대료를 받지 않고 2년 약정 가입고객과 똑같은 월 통신료여서 소비자들에겐 훨씬 유리한 조건”이라고 소개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이에 대해 “현재 렌털 판매는 SK텔레콤이나 SK텔레콤 대리점과는 무관하게 일선 판매점에서 자체 마케팅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다”며 “일선 판매점이 정식 약정판매로 구매한 물량을 이용해 렌털 방식으로 재판매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통신사 대리점이나 판매점이 이처럼 파격적인 마케팅을 펼치는 것은 이통사의 리베이트(판매 이윤)를 노리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현재 이통사들은 스마트패드나 스마트폰 가입자를 1명 유치할 때마다 요금제에 따라 20만~30만원의 판매 장려금을 대리점이나 판매점에 제공하고 있다.
판매점이 2년 약정구매로 10만원가량의 단말기 가격을 물더라도 렌털 판매로 1명의 가입자를 유치하면 리베이트 20만원가량을 받아 10만원의 차익을 실현할 수 있는 셈이다.
하지만 약정기간전 계약 해지가 잇따르면 판매점이 거액의 위약금을 떠안아야 하는 구조여서 향후 판매점의 경영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박승정기자 sjpark@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