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든어택을 둘러싼 게임 업체 간 갈등은 역설적으로 게임업계에 게임의 룰이 없다는 점을 드러냈다. 수년 새 게임산업이 가파르게 성장하면서 퍼블리싱 회사와 개발사 간 역할 및 공정한 거래에 대한 잣대가 없는 게 현실이다. 특히 ‘빅5’로 불리는 메이저 게임회사들의 몸집과 외형 불리기는 앞으로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본지는 서든어택 사건을 계기로 부상한 넥슨의 지배구조 현황과 이들 기업의 자회사 및 개발사 보유 현황을 집중 조명해 본다.
◇온라인 게임 역사 바꿔놓은 인수합병=넥슨은 온라인 FPS게임 ‘서든어택’ 서비스를 두고 CJ E&M과 전면전을 펼치고 있다. 지난해 1192억원을 들여 개발사인 게임하이를 인수하면서 예고된 상황이었다. 2008년 ‘던전앤파이터’를 개발한 네오플의 지분을 인수한 이후, 자사로 서비스를 이관하기도 했다.
지난해 9343억원을 벌어들인 넥슨은 일찍부터 공격적 인수합병(M&A)으로 덩치를 키워왔다. 콘텐츠 개발과 온라인 서비스로 전문화된 산업계 성공공식을 넥슨은 인수합병이라는 카드로 ‘게임의 규칙’을 바꿔놓았다. 외부 개발사를 사들여 자사의 대표작으로 만든 위젯과 네오플은 대표적 사례다.
1994년 ‘바람의 나라’로 창업한 넥슨은 ‘큐플레이’ ‘크레이지아케이드 비엔비’로 착실한 성장을 거듭해왔다. 2004년 12월 ‘메이플스토리’를 개발한 위젯을 인수하면서 넥슨은 폭주기관차처럼 가파르게 성장했다. 인수된 업체들은 콘텐츠와 마케팅 양쪽으로 ‘넥슨화(化)’를 거치며, 시너지 효과를 냈다. 2005년에는 넥슨모바일의 전신인 엔텔리젼트를 인수하면서 모바일게임업계 3위로 뛰어올랐다. 네오플도 인수 후에 국내와 중국에서 전례 없는 성공을 이뤘다.
회사의 성장이 본격화된 2007년 이후에는 더욱 적극적으로 자사의 게임을 공급하는 개발사를 인수하거나 지분 투자를 진행했다. ‘워록’과 ‘컴뱃암즈’의 개발사를 흡수 합병했고, ‘에버플래닛’을 개발한 엔클립스의 지분도 100% 확보했다. 거꾸로 지난해에는 시장 점유율 70%를 차지하는 서든어택을 인수, 올해 이전 퍼블리셔와 계약이 종료되자 새롭게 계약을 체결했다. 성공이 불확실한 개발과 재계약을 담보하기 어려운 퍼블리싱, 양쪽의 위험요인을 지분 인수로 낮추는 셈이다.
다만, 넥슨닷컴이 이용자 집객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경우는 자회사라도 과감하게 분리한다. 이엑스씨게임즈의 ‘레전드오브블러드’는 성인남성을 타깃으로 해, 분사 후 단독서비스 중이다.
◇전략적 인수합병과 해외진출 위한 지주사 경영=넥슨이 전략적 인수합병과 적극적 해외진출로 성장한 만큼 지주회사 체제로의 변경은 자연스러운 수순이었다. 2006년 넥슨은 내부 개발조직을 스튜디오 체제로 개편하고, 넥슨홀딩스를 설립해 본격적인 상장 준비를 해왔다. 사업의 분리 및 신규 투자가 용이한 지주회사 체제는 공격적 투자와 빠른 의사결정이 중요한 게임업계 전반으로 퍼져나갔다.
현재 제주도에 위치한 엔엑스씨(구 넥슨홀딩스)가 넥슨 일본법인의 지분 78.77%를 소유하고, 사실상 일본법인이 전체 넥슨그룹을 지배하는 상황이다. 지주사 구축 후에 김정주 대표는 그룹사 전체의 전략적 판단을 내리는 것으로 경영 전면에서 사라졌다. 소위 커턴 뒤에서 주요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원격경영을 하는 셈이다. 그는 엔엑스씨의 지분 48.50%를, 배우자인 유정현 이사는 21.15%를 보유했다. 자기주식이 26.56%이고, 기타 지분이 3.79%인 상황에서 창업주인 가족이 회사를 대부분 소유한 상태다.
상장을 준비 중인 넥슨 일본법인(대표 최승우) 아래 넥슨 코리아(대표 서민)와 넥슨 아메리카(대표 다니엘 김), 넥슨 유럽(대표 김성진)으로 국내외 계열사를 지배하고 있다. 다시 넥슨 코리아는 네오플(대표 강신철)과 넥슨 모바일(대표 이승한) 넥슨 네트웍스(정일영)를 거느린다. 여기에 넥슨은 NHN의 이해진 의장과 이준호 COO 다음으로 많은 지분 2.51%를 소유 중이다. 김정주 대표와 이해진 의장은 서울대, KAIST 동문으로 사업 초창기부터 친밀한 관계를 유지해왔다.양사의 협력은 네오플 던전앤파이터 서비스 이관에도 반영됐다. 비상장회사로는 그래텍, 띵소프트, 엔클립스, 등 20여개 이상의 종속회사들을 거느리고 있다.
이외에 지난해 인수한 엔도어즈는 현재 내부 퍼블리싱 본부장을 겸업한 조성원 대표가 게임하이는 넥슨 큐플레이모션그래픽스 출신의 김정준 대표가 경영을 맡고 있다.
◇서든어택 서비스로 1조 매출 훌쩍=넥슨은 서든어택 서비스가 안정화에 이르는 하반기에는 1조원 이상의 매출을 거둘 것으로 점쳐진다. 국내 게임 역사상 처음으로 1조 기업 탄생이 예고된 셈이다.
2008년 던전앤파이터를 개발한 네오플을 인수하면서, 넥슨은 그 이듬해 게임업체로서는 최초로 7000억원 고지를 밟았다. 인수합병으로 인한 시너지효과가 그대로 실적에 반영된 셈이다.
현재 넥슨은 이전 퍼블리셔와 DB 분쟁을 겪으며 서든어택 이용자를 넥슨닷컴으로 옮기는 초유의 작업에 돌입했다. 전국 규모의 토너먼트와 대형 이벤트로 새로운 성공모델을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서든어택의 매출로 CJ E&M 게임부문은 539억원을 거뒀으며 개발사인 게임하이는 347억원을 벌어들였다. 만일, 이전 작업에서 절반 이상의 이용자를 잃어도 서든어택 수익은 고스란히 넥슨-게임하이로 돌아간다. 넥슨이 승부수를 띄우는 이유다.
김명희기자 noprint@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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