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달부터 금요일 밤에 휴대폰을 분실한 사람은 늦으면 그 다음주 월요일까지 3일 이상을 이른바 ‘통신 미아’로 지내야 한다. 통신사업자들이 전산망을 한 주에 5일만 운영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19일 SK텔레콤·KT·LG유플러스 이통 3사는 정부가 오는 7월 1일부터 시행하는 주 5일 근무제 확대에 맞춰 자사 전산망 운영 중단 시간을 금요일 밤부터로 확대하기로 했다. 이통사 관계자는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에서 이통 3사가 동시에 셧다운 기간을 늘리는 것으로 조율 중”이라며 “셧다운 기간이 일치하지 않으면 ‘가입자 뺏어오기’ 경쟁이 격화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통사 전산망은 사용자 정보 변경에 사용된다. 현재는 토요일 밤 10시께부터 월요일 새벽까지 전산망이 닫힌다. 이 시간 동안은 새로운 단말기에 대한 개통과 번호이동 처리, 분실 신고 접수 등이 불가능하다.
‘셧다운’ 기간이 확대되면 주말 동안 누적된 작업들이 월요일 오전부터 일선 대리점에서 한꺼번에 처리되기 때문에 전산망 과부하도 만만찮을 전망이다. 우선순위에서 밀리면 전산 작업 지연에 따라 휴대전화망을 일시적으로 이용할 수 없는 기간도 그만큼 늘어나게 된다.
반면에 이통사 입장에선 셧다운 확대에 손해볼 것이 전혀 없다. 신규 가입자 개통이나 번호 이동 전산작업이 늦어진다고 해도 수익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한 반면에 전산망 휴무일을 늘리면서 관련 유지비용과 인건비를 크게 절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사실상 국가 기간망인 이통사 전산망 셧다운 기간을 민간사업자 임의대로 늘리는 것은 재고해볼 여지가 있다”며 “탄력적 인력 운용으로 충분히 주5일 근무를 하면서도 전산망을 열어둘 수 있지 않냐”고 지적했다.
이통사 전산망 운용에 대한 당국 정책도 부재하다. 방송통신위원회의 ‘이동전화 번호이동 운용지침’에 일부 내용이 있지만 강제성은 없다. 이 지침에는 번호이동이 일요일을 제외한 모든 요일에 가능하도록 돼 있다. 방통위 통신자원정책과 관계자는 “지금 제도 아래에선 KTOA 산하 번호이동성중립센터으로부터 수정 지침을 보고받기만 하면 이통사 임의대로 전산망 주 5일 운용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보고를 받으면 문제점이 있는지 검토하고, 소비자 편익을 위해 약국이 순번을 정해 토요일 문을 여는 것처럼 일부 이통사 대리점이 주말에도 전산망을 열어두고 서비스하는 등의 방안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황태호기자 thhw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