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과 11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K-POP 공연은 초만원을 이뤘다. 50년 전 값싼 생필품을 팔던 한국이 이제 대중문화로 세계의 문화수도를 자처하는 프랑스를 사로잡은 것이다. 유럽의 한류 열풍은 프랑스에서만 부는 것이 아니다. 벨기에의 브뤼셀에서 내보내는 한국 드라마 VOD 채널에 벨기에는 물론 룩셈부르크, 네덜란드, 영국의 젊은이들이 몰린다. 한국 드라마에 자발적으로 자막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지구 반대편 중남미는 어떨까. 브라질, 아르헨티나, 칠레, 페루 등의 국가에선 한국 가수의 노래를 부르며 춤을 따라하는 장면이 속출한다. 지난해 10월 아르헨티나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중남미 10개국이 참여하는 ‘K-POP 경연대회’가 열렸다.
세계적 한류 열풍은 방송통신위원회의 자료로 확인된다. 우리나라의 방송 콘텐츠 수출 국가는 지난 2008년 49개국에서 지난해 63개국으로 늘어났다. 지난 1996년 한국 드라마를 처음 중국에 수출하고, 2년 뒤 가요 쪽으로 확대하면서 형성한 한류가 15년 만에 세계무대를 뒤흔들고 있다.
일부에선 최근의 한류 열풍을 우리 경제발전 과정에 비유한다. 초고속 성장과 해외진출이 ‘공통분모’다. 사실 우리의 경제발전은 기적으로 평가받는다. 1960년대 초반 우리나라의 1인당 GDP는 60달러대 수준으로, 초콜릿의 원료인 카카오로 유명한 아프리카 가나와 비슷했다. 필리핀과 이집트에 비해 2분의 1, 3분의 1에 불과했다. 지난해 우리나라 1인당 GDP는 2만591달러로 필리핀(2,007달러)과 이집트(2,789달러)를 압도한다. 정부의 강력한 리더십, 과감하고 선도적인 R&D 투자, 민간의 자발적이고 헌신적인 협력 등 여러 요인이 있지만 해외진출 전략이 가장 큰 기여를 했다. 가발과 속옷을 들고 세계를 누빈 열정이 유래 없는 압축성장의 신화를 달성했다.
해외진출 전략의 필요성은 방송통신 산업 역시 예외가 아니다. 우리나라의 방송통신 시장 규모는 500억 달러다. 세계 방송통신 시장의 2.5%에 불과하다. 아무리 국내 시장을 키워도 유저가 5000만 명에 불과한 구조적 문제 때문이다. 방송통신 선진국 진입은 해외에서 어떤 결과를 내느냐에 따라 결정될 수 밖에 없다. 더 큰 파이가 해외에 있는 만큼 이를 가져와야 한다. 세계적인 한류 열풍이 분 지금은 우리 방송통신 산업의 선진화와 글로벌화에 있어 절호의 기회다.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은 방송통신 분야의 해외진출을 위한 다양한 사업을 추진한다. 5월 초 한국·호주·뉴질랜드 3국 정보통신장관 회담이 열린 호주 호바트에서 4G LTE, T-DMB, 통신 솔루션, 스마트TV, 모바일 IPTV 등의 서비스를 현지에 소개하는 로드쇼를 개최했다. 드라마·쇼·오락 프로그램 등 다채로운 방송 콘텐츠를 선보이는 ‘방송 쇼 케이스’도 신규시장 개척의 일환으로 추진한다. KISA는 최근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에서 방송 쇼 케이스를 개최하는 등 기업이 단독으로 진입하기 어려운 중동, 중남미, 아프리카의 방송 콘텐츠 시장을 개척하기 위해 심혈을 기울인다. 우리 기업의 현지 진출에 든든한 우군이 될 친한파 네트워크의 구축도 KISA의 주요 사업이다. 지난 13년간 ‘개도국 방송통신 전문가 초청 연수 프로그램’을 시행, 126개국 3598명에게 우리나라의 방송통신 교육을 제공했다.
해외로 진출한 국가는 번영했고 문을 닫아 건 국가는 쇠퇴했음을 인류 역사가 증명한다. 방송통신 분야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정부가 방송통신 산업의 해외진출을 위한 예산과 인력을 확대해 해당 사업이 더욱 큰 성과를 얻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