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0년 뒤에 자신이 창업한 기술 또는 아이템이 어떻게 돼 있을지 다 예상하고, 흐름을 읽고 있어야 합니다. 이것이 안 된다면 창업에 대한 연구나 분석이 철저하지 않았다는 뜻입니다.”
“사업 아이템에 따라 창업하는 지역과 시기도 중요합니다. 외국의 도시발전 사례도 참조할 수 있습니다.”
지난 15일, 경기도 안산에 위치한 중소기업연수원 대강의실. 중소기업진흥공단(이하 중진공)이 운영하는 청년창업사관학교 특강 현장이다. 성공한 선배 최고경영자(CEO)를 초청해 창업정신과 노하우를 전수받는 자리다. 이날은 창업 10년 만에 2000억원이 넘는 매출을 올리는 회사를 키워낸 정백운 에버테크노 대표가 강의를 맡았다. 강의실을 채운 20·30대의 젊은이들은 강사의 한마디 한마디에 귀를 기울이고, 때로는 메모를 하며 집중하고 있다.
강의실 앞에서는 창업사관학교 직원이 특강에 참여한 청년 CEO들을 체크하고 있었다. 정규교육과 특강 등 교육시간을 준수하는지 파악하기 위한 조치다. ‘사관학교’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 규율을 엄격하게 적용한다.
◇창업활동 전방위 지원=지난달 26일 정식 개교한 청년창업사관학교는 중소기업청과 중진공이 공동으로 추진하는 사업이다. 창업사관학교는 기술 지원부터 교육, 자금, 마케팅에 이르기까지 성공 창업을 위한 전방위 지원체계를 만들겠다는 목표에 따라 설립됐다. 기존 창업 지원 프로그램과 가장 큰 차이다. 창업사관학교에서는 체계적인 교육, 전문 인력 일대일 집중 코칭, 사업 준비 공간 제공, 기술 및 제품개발 장비활용, 단계별 사업비 및 마케팅 지원 등 창업 전 분야를 지원한다. 여름에는 해병대 캠프에 전원 참가해 체력과 정신력을 기를 예정이다.
입교자들은 사무실 형태의 공동 창업공간에 3~6명씩 배치돼 있다. 낮에는 사업계획 수립부터 제품개발, 마케팅에 이르는 과정에 대해 배운다. 교육이 끝나면 공동 창업공간에서 제품개발에 몰두한다. 사무실과 교육장은 전자카드를 통해 출입을 기록하게 돼 있어 출퇴근 기록과 교육 참여를 상시 체크한다. 성실하지 않은 사람은 퇴출 대상 1호다. 하지만 입교자 대부분은 관리가 필요 없을 정도로 열심이다. 이미 5 대 1이 넘는 경쟁을 뚫고 입소한 만큼 창업과 성공에 대한 의지가 높다.
양동민 중진공 기술창업실 부장은 “새벽까지 불이 꺼지지 않는 방도 굉장히 많다”고 말했다.
열심히 일하는 것은 서로에게 건강한 자극도 된다. 한 청년 CEO는 “옆방에 매일 밤늦게까지 불이 켜져 있는 것을 보면 나도 더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며 “입소 생활이 서로에게 자극이 된다”고 말했다.
사관학교 건물 3층에는 교수실이 있다. 벤처기업협회, 여성벤처기업협회, 글로벌최고경영자클럽 회원사 대표들로 구성된 전담교수 19명이 상주하며, 일대일 코칭과 일대일 멘토 결연을 통해 후배들을 지도한다.
전문가들의 기술지원도 강점이다. 창업사관학교 안에는 제품 디자인 및 설계 전문가들이 상주하고 있으며, 최첨단 장비를 통해 제품 디자인을 지원한다. 아직은 창업 초기라서 대부분 제품 구상을 하고 있는 단계라 이용이 많지 않지만, 본격적인 시제품 생산 등에 들어가면 이용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양동민 부장은 “창업사관학교는 창업 장소와 공동시설을 제공하고, 사업지원을 하는 데 그치는 대부분의 창업보육센터와 차별화된다”며 “장비, 공간, 코칭, 교육, 자금 등을 원스톱으로 지원하는 4세대 선진 창업보육시스템을 시범 적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제대로 된 CEO 육성에 중점=창업사관학교는 개교 첫해인 올해 청년기술창업 CEO 200명을 배출할 계획이다. 지난 5월 개교식까지 총 3차에 걸친 입교자를 선발했다. 무려 1137명이나 지원했고, 심사를 거쳐 208명을 선발했다. 처음부터 가능성이 높은 인재를 선발하느라 208명을 채우는 데 석 달이나 걸렸다.
현재는 4차 입교자 선정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20명 내외를 선정할 계획이다. 이미 올해 배출 목표인 200명을 넘긴 상황에서 더 뽑는 것은 중간평가에서의 퇴교를 염두에 뒀기 때문이다.
사관학교는 엄격한 심사를 거쳐 입교자를 선발하지만, 입교 후에도 단계별로 사업수행능력을 점검하고 미달 자는 퇴교시킨다.
송종호 중진공 이사장은 “지원에는 부족함이 없지만, 예비 창업 CEO는 뼈를 깎는 고통을 각오해야 한다”며 “6개월마다 엄격하게 평가해서 미달 자는 퇴교시키겠다”고 말했다.
중진공은 졸업 후에도 창업자금 및 사업화자금을 10억~20억원까지 우선 융자하고 투자유치, 입지 및 판로지원, 교류회 결성 등의 연계지원도 구상하고 있다.
송 이사장은 “솔직히 창업성공률 예상은 자신 없다”면서도 “하지만 창업사관학교는 제품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만드는 과정이기 때문에 훌륭한 인재를 양성하는 데 주력하겠다”고 강조했다.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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