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오후 2시. 기자가 도착한 부산 서면의 수은주는 24.8℃를 가리켰다. 그곳은 LG유플러스가 오는 7월 1일부터 서비스할 서울·부산·광주 롱텀에벌루션(LTE) 기지국 중 하나가 있다. 아직 초여름이지만 현장은 직원들의 땀으로 흥건하게 젖어 있다. 김용길 LG유플러스 액세스망 기술팀 차장은 “그래도 지금은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잘 수 있어 행복하다”고 했다. 무슨 뜻일까.
LG유플러스는 다음 달 1일부터 LTE를 상용화하기 위해 두 달 전부터 LTE 사전 테스트를 준비했다. 이 회사는 SK텔레콤이 오는 6월 30일에 반납하는 800㎒ 대역에서 LTE 서비스를 한다. 때문에 신호간섭현상을 피하기 위해 한 달 이상 SK텔레콤이 기지국 신호를 끄는 밤 12시부터 새벽 6시까지 LTE 테스트를 해야 했다.
김 차장은 “3세대 통신에서 뒤처진 부분을 4세대에서는 보완해야 한다는 절박감으로 한 달을 버텼다”고 했다. 다음 달 1일에야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의 LTE 서비스가 시작되지만, 현장의 열기는 이미 여름의 한가운데를 지나고 있었다.
기지국 시설 내부에서 가장 먼저 발견한 것은 층층이 쌓여 있는 LTE 장비들. DVD플레이어 크기만 한 이 장비는 기존 CDMA 장비의 30분의 1로 무게가 20㎏이 채 안 된다. 장비 구축을 맡은 LG엔시스 관계자는 “CDMA 장비를 컴퓨터의 시초인 에니악에 비유한다면 LTE 장비는 퍼스널 컴퓨터라 할 수 있다”며 “그만큼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적어 친환경을 표방하는 그린IT에 부합한다”고 강조했다.
아직 정식 서비스 전이지만, LG유플러스는 전체 주파수 10㎒ 대역 중 5㎒에 한해 사전테스트를 하고 있다. 통상 새로운 통신 서비스를 하기 위해서는 통신장비업체가 개발한 장비가 요구성능을 충족하는지 확인하는 작업을 거친 뒤, 상용화 서비스 전에 현장에서 장비를 미리 운용해보는 이른바 ‘필드 테스트(field test)’를 한다. LTE는 무선데이터 전송속도가 3G의 7배 이상이다.
이날 부산 서면에서는 즉석에서 직접 자동차를 운전하며, LTE서비스의 업/다운로드 속도, 반응시간(단말과 기지국 간에 신호를 주고받는 속도) 등을 확인해보았다. 라이터 두 개를 가로로 겹쳐놓은 듯한 LTE 모뎀을 노트북에 꽂은 뒤 서면 롯데백화점에서 옛 동보서적까지 지름 2㎞ 정도 되는 거리를 시속 40㎞로 이동했다. 다운로드 속도는 초당 평균 12메가비트(Mb)를 기록했다.
강신구 부장은 “아직 5㎒에서만 서비스를 하고 있어 상용서비스가 시작되면 속도는 ‘2배+α`로 빨라진다”며 “30Mbps 이상의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업로드 속도도 평균 7.7Mbps를 기록했지만, 7월부터는 최소 20~21메가의 속도를 낼 수 있다는 것이다.
HD급 동영상도 무리 없이 재생했다. 네이버에서 영화 ‘그린랜턴’ 예고편을 시청했다. 강 부장은 “이처럼 빠른 속도를 낼 수 있어, 기존 스마트폰에서 할 수 없었던 융합형 서비스를 창출할 수 있는 게 LTE의 잠재력”이라고 강조했다.
LG유플러스는 수시로 시내 구석구석을 돌며 속도가 다소 떨어지는 신호미약 지역이나, 아예 신호가 잡히지 않는 음영지역을 확인해 기지국 인프라를 보완하고 있다. 사내 서비스 운영의 대다수를 LTE에 투입할 만큼 서비스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이 회사가 이처럼 적극적으로 나서는 이유는 LTE 시장에서는 3위 사업자라는 오명을 벗고 SK텔레콤과 양강구도를 형성하겠다는 계산에서다. KT가 4G 전략을 와이브로 중심으로 정한 만큼 다소 무리해서라도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고객센터 상담사와 영업현장 판매사원을 대상으로 LTE 서비스 교육을 하며 상용서비스를 위한 마지막 담금질을 시작했다. 이들은 서비스 시작 사흘 전인 이달 28일까지 LTE 속도와 모뎀 및 단말 정보, 유심(USIM) 카드 이용법 등 LTE 관련 지식을 집중 학습해 고객을 맞이할 채비에 나선다. LG유플러스는 “올해 9월 말까지 서울 및 수도권 전체와 대부분의 광역시를 포함한 지역까지 LTE망을 구축하고, 전 세계 LTE 사업자 중 최단 기간인 상용 서비스 개시 1년 만에 전국망을 완성할 계획”이라며 의지를 내비쳤다.
정진욱기자 coolj@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