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씨소프트는 지난 1분기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매출이 소폭 하락하는 부진을 겪었다. ‘아이온’ 이후 ‘블레이드앤소울’ ‘길드워2’ 등 신규 게임 출시가 늦어지면서 매출도 함께 하락했다. 2008년 11월에 출시된 아이온은 연간 2400억원을 벌어들이며 회사 전체 매출의 47%를 차지하는 핵심 타이틀로 자리 잡았다. 엔씨소프트는 하반기에 선보일 블레이드앤소울을 통해 아이온을 뛰어넘는 글로벌 흥행작을 기대 중이다.
◇국내 최고 MMORPG 개발사에서 북미, 유럽까지=까다로운 야구단 창단 과정을 통과한 만큼 엔씨소프트의 재무 및 지배구조는 국내 대기업에 견주어도 될 정도로 안정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현재 창업주이자 최대주주인 김택진 대표가 24.79%의 지분을 갖고 있다. 확보하고 있는 부동산만 해도 삼성동 R&D센터 본사와 함께 최근 추가 매입한 인근 경암빌딩, 오는 2013년에 완공될 판교 제2사옥 등이 있다.
엔씨소프트는 국내 개발사의 인수보다는 일찍이 해외사업으로 눈을 돌려 리처드 게리엇의 데스티네이션 게임스를 인수해 북미 및 유럽 시장에 진출했다. 이는 ‘타뷸라 라사’에 실패에도 불구하고, ‘길드워’ ‘시티오브히어로’ 등 완성도 높은 게임으로 엔씨소프트의 이름을 각인시키는 데 기여했다. 현재도 전략적으로 북미 개발 스튜디오인 아레나넷과 엔씨 유럽 법인을 통합한 ‘엔씨웨스트’를 운영하며 해외 시장의 고삐를 당기고 있다. 이외에도 일본, 대만, 태국 등에 직접 진출했다.
◇전략, 개발, 재무로 삼각편대 구축=지난해부터 엔씨소프트는 야구단 창단이 화제를 모으며 산업계 밖에서 더 큰 주목을 받았다. 창단활동이 사장 임명, 구단명 확정 등으로 궤도에 올라섰으며, 내부적으로는 김택진 대표의 배우자인 윤송이 부사장과 동생인 김택헌 전무가 사업 전면에 나서며 친정체제를 구축했다.
사외이사로 김택진 대표와 첫 인연을 맺은 윤송이 부사장은 최고전략책임자(CSO)를 맡아 글로벌 사업을 총괄하고 있다. 여기에 일본 법인장을 지내며 리니지2 출시를 진두지휘한 김택헌 전무가 국내 사업에 힘을 보태고 있다.
리처드 게리엇 퇴출 및 소송으로 ‘내홍’을 겪었던 엔씨소프트는 창업멤버인 이희승 부사장과 배재현 개발본부장을 최고 프로듀싱 책임자(CPO)로 임명해, 전체 게임의 개발 및 관리를 총괄하는 체제를 구축했다. 여기에 본사를 포함한 글로벌 법인들의 재무를 모두 책임지는 이재호 부사장(CFO)이 ‘안살림’을 책임지면서 전략·개발·재무의 삼각 체제로 회사를 개편한 셈이다.
◇‘공룡’ 엔씨소프트의 두 마리 토끼 잡기=엔씨소프트의 ‘프리미엄’은 국내외를 통틀어 가장 뛰어난 MMORPG 제작 기술을 보유한 회사라는 점이다. 리니지·리니지2·아이온을 잇는 게임 계보는 국내 게임역사에 독보적 이정표를 세웠다. 엔씨소프트는 올해 블레이드앤소울과 길드워2를 통해 동·서양에서 가장 성공한 MMORPG 개발사 입지를 굳힌다는 계획이다. 배재현 본부장이 진두지휘하는 블레이드앤소울은 중국 최고 퍼블리셔인 텐센트와 계약을 완료했다.
그 동안 조심스러웠던 개발사 인수 합병에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그동안 국내에서는 게임 퍼블리싱을 인연으로 가능성 있는 소규모 개발사를 중심으로 투자를 진행, 자회사로 확보했다. 인도네시아 국민게임으로 자리 잡은 ‘포인트 블랭크’의 개발사 제페토에도 30%의 지분을 확보, 2대 주주로 있다. 현재는 야구단 창단과 맞물린 야구게임 라인업을 확보에도 욕심을 드러내고 있다. 종합 엔터테인먼트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한 엔씨소프트의 행보에 시선이 모아지는 이유다.
김명희기자 noprint@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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