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앞에서 프로골퍼 송경서 선수의 네 손가락이 골프채 앞으로 불쑥 튀어나왔다. 검지손가락부터 차례로 미끄러지듯 채를 감쌌다. 오른손이 왼손 엄지를 걸치며 골프채를 마저 잡았다. 손가락 마디마디 굴곡이 그대로 보인다.
“왼손을 이렇게, 오른 손을 이렇게…검지의 윗부분에 힘을 주세요.”
골프채를 처음 쥐어보는 기자의 손 바로 앞에서 송 프로의 손이 움직였다. 곧바로 쉽게 따라할 수 있었다. 곧이어 이어진 스윙 시범, 3차원(D) 입체 영상을 통해 선수의 움직임, 어깨나 무릎의 각도 하나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직접 프로 골퍼와 마주 서서 레슨을 받는 느낌이다. 김 선수가 친 공은 바로 3D 스크린 골프 화면 속의 필드로 뻗어 나간다.
17일 세계 최초로 3D 골프 레슨 프로그램을 제작하고 있는 한국HD방송의 ‘3D 리얼 골프레슨’ 제작 스튜디오를 찾았다. 서울에서 한 시간 남짓 떨어진 경기도 파주시에 위치한 스튜디오다.
한눈에 봤을 때 제작 현장은 단출했다. 여느 방송 제작 스튜디오와 다를 바 없는 세트장에 장비와 전선이 복잡하게 서 있었다. 찬찬히 살펴보니 색다른 점을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었다.
우선 무대가 다르다. 세트 배경을 검은 장막으로 둘러놨다. 세트장의 조명, 조형물도 특이했다. 조형물은 앞에서 뒤로 갈수록 크기가 작았다. 색깔도 점점 어두워졌다.
깊이가 느껴졌다. “세트도 3D 입체화면 느낌을 주기 위해 원근감 있게 배치했다”는 게 조성필 PD의 설명이다. 360도 회전하는 무대 장치도 인상적이다. 골프 선수의 움직임을 속속들이 배울 수 있다.
3D 전용 카메라 리그 시스템 통해 찍은 영상이 3D 모니터에 곧바로 떴다. “다시 갑니다, 잠깐 멈췄다가 손을 앞으로 크게 내밀어 보세요” 3D 안경을 쓴 조 PD가 무전기로 몇 마디 말을 주고받은 뒤 송 프로를 향해 말했다.
“무전기로 누구랑 연락 하세요?” 기자의 물음에 조 PD는 “밖에 있는 중계차에서 3D 값을 조절 한다”고 답했다. 한국HD방송이 보유한 3D 중계차 3대 가운데 하나에서 3D 화면의 보정작업이 실시간으로 이뤄진다.
일반적으로 3D 방송을 제작하면 촬영 후 보정 작업을 하는데 실시간으로 화면을 보정해 놓고 영상을 촬영하면 시간도 적게 들이고 화면도 깨끗하게 구현할 수 있다. 3D를 위한 부조정실을 따로 갖추는데 하루 남짓 걸린다는 걸 감안하면 중계차가 시간을 단축시켜 주는 셈이다. “우리말로 3D 조정실을 꾸리는걸 ‘밥상 차린다’고 하는데 밥상을 안 차려도 되니 간편하지요.”
오후 4시, 새벽부터 시작된 촬영을 쉬는 시간. 프로그램 보조MC 김단아 프로에게 3D 촬영의 묘미를 물었다. 김단아 프로는 “3D를 찍을 때는 표현을 크고 정확하게 해야 입체감이 산다”며 “찍는 시간도 2D 때보다 2~3배 걸린다”고 말했다. “필드에서만 촬영하다가 3D 스크린과 연동한 건 처음인데 이 화면에서도 ‘슬라이스’가 나고 (공이) 정확하게 날아간다”고 덧붙였다.
3D리얼골프레슨은 25분 분량으로 총 13편 만들어진다. 스카이라이프의 Sky3D 채널에서 7월 방송될 예정이다.
오은지기자 onz@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