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주소의 끝을 이루는 ‘최상위 도메인’을 자유롭게 만드는 시대가 열린다. 인터넷 주소 체계의 큰 변화는 물론 도메인 비즈니스가 활발해질 전망이다. 반면 매점매석 등의 부작용도 우려된다.
21일 월스트리트저널 등 주요 외신은 세계 인터넷 주소 체계를 결정하는 국제인터넷주소관리기구(ICANN)가 싱가포르에서 이사회를 열고 최상위 도메인을 자유화를 승인했다고 전했다.
최상위 도메인 자유화는 보통 3∼4 단락으로 구성되는 인터넷 주소의 마지막을 임의로 정할 수 있다는 말이다. 그동안 최상위 도메인은 ‘.com’이나 ‘.net’, ‘.org’ 등 22개로 한정됐다. 기업의 성격을 나타내는 ‘.hotel’이나 ‘.doctor’, ‘.car’ 등 다양한 도메인 등장이 기대된다. ‘.samsung’이나 ‘.lg’처럼 기업명을 대변하는 최상위 도메인도 만들 수 있다.
새로운 최상위 도메인은 최대 63글자까지 가능하며, 신청 금액은 18만5000달러다. 내년 1월12일부터 4월12일까지 신청받을 계획이며, 승인된 주소는 2012년 말부터 사용 가능하다. 로드 벡스트롬 ICANN CEO는 “이번 결정은 인터넷 주소 체계에서 새 시대가 열리고 있다는 의미”라며 “인간이 상상 가능한 만큼의 무한한 숫자까지 인터넷 주소가 만들어질 수 있다”라고 말했다.
다수의 전문가는 ICANN의 이번 결정에 우려를 나타냈다. 유명한 기업이나 기관의 도메인을 판매 목적으로 미리 매점매석하는 ‘사이버스쿼팅’ 문제가 대표적이다. 로렌 웨이스타인 RFIP(인터넷책임을위한사람들) 공동설립자는 “새로운 도메인으로 부자가 되기 위해 눈속임을 하는 자들과 이를 막기 위한 회사들이 수십억달러의 돈을 낭비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식재산권 분쟁도 예상된다. IT 지재권 변호사인 스콧 베인은 “최상위 도메인 체계의 변화는 유명 상표와 저작권자들에게 명백한 난제”라며 “사이버스쿼팅과 특허침해에 더 많은 시간과 비용 지출이 불가피하다”라고 우려했다.
실제로 폭스엔터테인먼트는 새로운 도메인 확보 비용으로 1200만달러를 예측했다. 폭스엔터테인먼트 그룹의 지재권 변호사 메이 란은 “지재권 보호를 위해서 폭스는 3400개의 다른 브랜드명을 확보해야 하며, 이를 위해 400개의 최상위 도메인을 신청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장동준기자 djjang@etnews.co.kr
이수운기자 per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