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커집단 ‘어나니머스’(Anonymous)와 ‘룰즈섹’이 은행과 정부기관 등을 대상으로 공동 사이버 공격을 선언하면서 영국 수사기관과 미국 정보교환 웹사이트 등의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고 주요 외신이 20일 보도했다.
이번 사태는 공동전선을 구축한 해커집단의 조직적 해킹이라는 점에서 관심과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 특히 사전 예고에도 불구하고, 주요 기관들의 사이트가 잇따라 뚫려 파괴력을 실감케하고 있다.
이들 집단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 “#안티섹의 이름으로 탱고 다운”이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안티섹’은 이들이 정한 해킹 작전명이고, ‘탱고 다운’은 목표물 사살을 뜻하는 교전 용어다.
룰즈섹은 성명에서 “최우선 목표는 이메일과 각종 문서를 포함해 정부 기밀정보를 훔쳐내 공개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룰즈섹과 어나니머스가 성명을 발표한 시점을 전후로 영국과 미국, 독일 등 각국에서는 주요 기관의 웹사이트가 잇따라 다운되는 등 피해가 속출했다. 특히 이날 오전에는 영국 중대조직범죄청(SOCA)의 웹사이트가 마비됐다가 오후들어 복구됐다.
미 연방수사국(FBI)이 기업체, 연구소 등과 안보 관련 정보를 교환하는 웹사이트 ‘인프라가드’도 해킹의 표적이 됐다.
룰즈섹은 자신들이 이날 오후 인프라가드를 해킹해 FBI와 협력하고 있는 1000곳 이상의 인프라가드 회원사 계정 정보를 빼냈다고 주장했다.
FBI의 제니 셰어러 대변인은 인프라가드에 대한 해킹 공격이 있었던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피해 상황은 밝히지 않았으며, FBI가 예방조치 차원에서 인프라가드 웹사이트를 일시 폐쇄했다고 밝혔다.
룰즈섹은 최근 미 중앙정보국(CIA)과 미 상원 공식 웹사이트, 소니 사이트 등을 공격했으며, 이달 초에는 인프라가드의 애틀란타 지부 웹사이트를 해킹해 180명의 로그인 데이터를 빼냈다.
독일 저작권 보호단체인 ‘음악공연 및 복제권협회(GEMA)’의 웹사이트가 수 시간 동안 다운된 것과 관련, 어나니머스는 이번 공격이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GEMA는 지난해 저작권과 관련된 라이선스 비용 문제로 유튜브가 독일에서 유명 가수의 뮤직비디오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중단시켰다.
이에 어나니머스는 지난 주 GEMA가 ‘과도한 요구’를 멈추지 않을 경우 ‘추가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어나니머스는 정치적인 이유 및 표현의 자유 등과 관련해 사이버공격을 하는 해커집단으로 알려져 있으며, 폭로전문사이트인 ‘위키리크스’를 지지한다는 이유로 비자와 마스터스카드 등을 공격해 유명해졌다.
허정윤 jyhur@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