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 발송 건수 107조건, 전 세계 이용자 18억8000만명, 29억개 계정 존재.
올해로 불혹을 넘긴 이메일(email)의 현주소다.
현대인에게 가장 중요한 소통 수단 중 하나인 이메일은 1971년 컴퓨터 엔지니어인 레이 톰린슨이 서로 떨어진 두 대의 컴퓨터를 연결해 메시지를 전송한 데서 시작된다.
BBN테크놀로지에 근무 중이던 톰린슨은 자신이 개발한 ‘센드메시지(SNDMSG)’라는 프로그램을 이용해 3.5m 떨어진 두 대의 컴퓨터에 ‘QWERTYUIOP’라는 무의미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성공한다.
이듬해 그는 이메일 발신자를 표시하기 위해 ‘@’이라는 기호를 도입하고, 이는 오늘날 이메일 주소의 기초가 된다. 보내는 사람의 이름을 쓰되 동명이인일 가능성을 고려해 소속을 구분하기 위한 문자로 @을 사용했는데, 이 기호를 쓴 이유는 사람이나 기업 이름에 사용되지 않은 문자였기 때문이다.
이후 이메일은 정부 기관과 기업, 대학 내 의사소통을 위한 도구로 활발하게 사용됐다. 1976년 당시 영국 여왕이던 엘리자베스 2세는 이메일 시연을 해 최초로 이메일을 사용한 국가 수장이 된다.
이메일은 개발과 동시 빠르게 확산됐지만 이메일(email)이란 용어는 10여년이 지난 1982년에야 처음으로 쓰였다. 인터넷 대중화와 더불어 이메일은 의사소통 수단으로 빠르게 확산됐으며 1996년 미국에서는 최초로 이메일 발송량이 우편메일의 그것을 뛰어넘었다. 1997년 이메일의 성장에 주목한 마이크로소프트는 핫메일을 4억달러에 인수했다.
이처럼 이메일이 생활 속에 광범하게 퍼지자 이를 소재로 한 영화도 등장했다. 멕 라이언과 톰 행크스 주연의 ‘유브 갓 메일’은 전 세계에서 2억5000만달러의 흥행 수익을 올리며, 인터넷을 매개로 한 로맨스의 달콤함에 빠지게 했다.
이메일이 40년 동안 반드시 긍정적인 기능만 한 것은 아니다. 1978년 최초의 광고 메일이 정부와 대학의 네트워크에 발송된 이후, 무차별적으로 발송되는 광고성 메일인 ‘스팸’은 이용자에게 골칫거리가 됐다. 2000년 들어서는 공해수준으로 된 스팸을 규제하려는 움직임도 활발하게 일어났다.
2003년 미국에서는 스팸규제법인 캔스팸법(Can spam Act)을 통과시키며 문제해결에 나섰지만, 여전히 스팸은 이용자들이 하루에 수신하는 메일의 89.1%를 차지하며 괴롭히고 있다. 메일을 통한 의사소통이 증가하면서 정부 주요기관이나 요직에 있는 사람들의 이메일은 해킹 대상이 되기도 한다. 최근 발생한 미국, 한국 등 정부관계자 계정을 대상으로 한 지메일 해킹시도가 대표적인 사례다.
이수운기자 per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