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여름시즌이 빨리 시작됐다. 매년 더위가 빨리 찾아오고, 늦더위가 9월까지 이어지면서 게임계의 여름 특수 기간이 길어졌다.
덕분에 게임사들의 여름은 더욱 바쁘게 움직인다. 새로운 게임을 만드는 회사들은 여름 시즌에 어떻게든 주목을 받기 위해 밤샘 작업이 필수다. 신작들의 맹공에 맞서 기존 게임들은 새 콘텐츠와 이벤트로 시선을 집중시킨다.
해외시장시장 공략을 위한 글로벌 게임쇼를 준비하는 하는 손길도 바빠진다. 세계 게임의 새로운 트렌드를 제시하는 E3와 최대 온라인게임 시장으로 부상한 중국의 차이나조이가 여름을 달군다.
2000년도 여름, 처음 필자가 입문했던 한국 게임 시장의 모습과는 다르지만 바쁘고 분주했던 모습은 동일했다. 당시 여름 시즌이 다가오면 가장 분주해지는 곳은 용산전자상가였다. 기다렸던 국내외 PC게임들이 여름방학을 전후로 쏟아지기 때문에 이른바 ‘대목’ 잡기 위해 게임사 영업맨들은 각양각색의 판촉물을 가지고 용산 게임 도소매 업체로 출근하기 바빴다.
특히 한국에 빨리 출시되기만을 기다렸던 외국산 게임일 경우는 멋스런 스페셜 패키지로 판매되는 경우가 많아 따끈따끈 CD와 가이드북을 빨리 손에 넣기 위해 용산으로 하교하거나 퇴근하는 게임 마니아들도 쉽게 볼 수 있었다.
물론 이제는 온라인게임이 한국 게임산업을 이끌면서 용산전자상가는 고사양의 게임을 쾌적하게 즐기기 위한 PC제품을 업그레이드 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지만, 여름 시즌이 중요하다는 것은 그때나 지금이나 여전하다.
이는 엔터테인먼트성이 강한 산업분야이기 때문일 것이다. 특히 온라인게임은 처음에 반짝하고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인지도를 계속 확대시켜 나가는 기술과 서비스가 접목된 문화 콘텐츠 상품이다. 여름 시즌에 큰 수익을 창출하지 못 해도 이 시기에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고 트랜드를 형성하게 되면 곧 다가오는 겨울 시즌에 더 큰 성과를 누릴 수 있는 가능성이 높다.
게임을 흔히 영화와 비교하게 된다. 산업적 측면에서 게임이 더 가치가 있다고 판단되는 것은 생명력이다. 영화는 개봉 초기에 큰 반응을 얻지 못하면 당장 막을 내려야 하지만 게임은 긴 호흡으로 대중 뿐 아니라 마니아, 그리고 해외 시장을 향해 서비스의 범위를 넓혀가며 생명력을 이어갈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여름은 게임사들이 농부가 되어 게임 씨앗을 뿌리고 잘 자라도록 가꾸는 정말 중요한 시기이다. 올 여름 흘린 땀방울이 따뜻한 겨울로 인도하길 간절히 바란다.
엠게임 언론PR팀 팀장 김수향 sky@mgam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