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 신유효경쟁 정책론 급부상

 통신시장 경쟁 구조를 정착시키고 산업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서는 새로운 사업자를 적극 육성하는 ‘신유효경쟁 정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국가 경쟁력을 제고하고 산업의 신성장동력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다음 정권에서는 반드시 규제와 진흥을 함께 담당할 IT거버넌스를 확립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병기 서울대 교수는 ‘IT리더스포럼’ 초청 강연에서 “특정 사업자 위주로 고착화된 지금과 같은 통신시장 구조에서는 절대 혁신과 변화가 일어날 수 없다”면서 “새로운 기술과 새로운 서비스로 무장한 새로운 사업자가 등장해야 한다”고 밝혔다. <관련기사 3면>

 이 교수는 1기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을 지낸 대표적인 통신방송계 대표 주자인데다 차기 유력 대선후보 캠프에도 참여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 같은 발언은 상당한 파장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차기 대선에서 핵심 이슈로 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IT산업의 거버넌스 논의가 조기 촉발될 가능성도 커졌다.

 최시중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도 올해 제4 통신사업자 필요성을 언급한 상황이어서 사실상 새로운 통신서비스 사업자를 위한 물밑 작업이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이 교수는 이날 정부가 새로운 사업자를 탄생시켜 경쟁을 촉발시키는 ‘신유효경쟁정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후발사업자가 시장에 안착할 수 있도록 정부 주도의 정책 배려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무선시장에서 공정한 경쟁 환경을 마련해 주기 위해 SK텔레콤과 KT보다 늦게 출발했던 LG유플러스에 상호접속료 등에서 배려해 준 것과 같은 정책 지원을 해줄 때 시장에서 혁신이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이 교수는 “지금의 3개 통신사업자는 가입자 규모·시장 점유율·매출 순위 등 모든 면에서 5:3:2 형태로 사실상 고착화돼 큰 변수가 없는 한 혁신이 불가능하다”며 “이는 시장과 산업, 나아가 소비자 모두에게 좋지 않으며 변화를 주기 위해서는 새로운 사업자가 반드시 나와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무선 시장에서 LG를 배려했던 유효경쟁 정책은 건강한 3사 경쟁 구조를 만드는 데 성공적인 정책이었다”고 평가하고 “새로운 사업자와 건강한 경쟁 관계를 위해서는 이와 유사한 유효경쟁 정책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당장 다음 달 시작하는 MVNO사업자가 새로운 서비스로 의미는 있겠지만 기존 3사 경쟁 구도에 변화를 주기에는 역부족일 것으로 내다봤다. 이 교수는 “MVNO는 케이블에 음성을 실어주면서 경쟁을 유발하고 요금을 낮추는 측면이 있지만 시장에 큰 파괴력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결국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고 스마트폰으로 무너진 정보통신기술(ICT) 산업을 일으켜 세우기 위해서는 기존 경쟁 구도에 충격을 줄 만한 힘을 가진 사업자를 육성하는 게 궁극적인 대안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나 새로운 사업자가 와이브로 주파수를 활용할 수 있겠지만 반드시 이를 뜻하지는 않는다고 경계했다. 이 교수는 “새로운 사업자는 글로벌 시장을 겨냥해야 하는데 2년 전까지만 해도 와이브로에 투자한다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출 수 있었는데 지금은 시기적으로 다소 늦었다”면서 “시장에 혁신을 줄 수 있는 새로운 기술과 서비스로 무장한 사업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와이브로 사업에 대해서는 정책 실패를 인정하면서 배경으로 △사업권을 기존 통신사업자에 준 점 △음성통화(VoIP)를 인정하지 않은 점 △적절한 사업 투자와 점검이 소홀했던 점 △적극적인 해외 투자가 미흡했던 점 등을 꼽았다.

 이 교수는 이와 함께 “ICT 컨트롤타워가 사라진 점은 참으로 아쉽다”면서 “우리나라 신성장 동력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규제와 진흥을 함께 담당할 강력한 IT거버넌스를 확립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