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인터넷이 익명의 공간이라는 점을 우려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악성 댓글을 올리는 등 인터넷의 익명성을 악용하는 현상이 확산될 것을 걱정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뉴욕타임스(NYT)는 이와 반대로 인터넷의 익명성은 끝났다고 21일 보도했다.
20억명에 달하는 인터넷 사용자의 고도로 발달된 기술과 웹사이트를 방문한 뒤 남는 흔적 등으로 인해 민감한 각종 사진과 비디오, 이메일 등이 일반에 공개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대중에게 공개되는 공간은 더욱 늘어나고 반대로 개인의 사생활이 보호되는 영역은 점차 줄어드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 14일 뉴욕에서는 한 여성이 버스 안내원과 말다툼을 하면서 "내가 어느 대학을 나오고 얼마나 교육을 많이 받은 사람인 줄 아느냐?"라고 말하는 장면이 휴대전화 카메라로 촬영돼 유튜브에 올라왔다.
네티즌들은 즉각 이 여성을 조롱하고 비웃는 댓글을 달면서 그의 신원을 조사, 뉴욕대를 나온 여성이라는 점을 밝혀냈다.
지난주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 스탠리컵 결승전 이후 밴쿠버 도심에서 폭동이 발생했을 때 폭동에 참가했던 사람들은 인터넷에 공개된 사진을 통해 자신의 신원이 얼마나 빨리 밝혀졌는지를 알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특히 당시 폭동 현장에서 한 남녀가 길거리에 누운 채 포옹과 키스를 나누는 장면이 인터넷에 유포되자 네티즌들은 곧바로 그들이 스콧 존스(29)와 알렉스 토머스라는 사실을 밝혀냈고 이들은 일약 스타가 됐다.
반대로 캐나다의 주니어 수구(水球) 선수인 네이던 코틸랙(17)은 인터넷 소셜 미디어에서 폭동에 참가했던 사진이 공개되는 바람에 대중들로부터 비난을 받은 것은 물론 의사인 아버지의 영업에도 차질을 빚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같은 익명성의 감소 현상은 페이스북과 같은 인터넷 사이트의 확산과 저렴한 휴대폰 카메라, 사진과 동영상을 위한 무료 웹호스트 등의 영향이 합쳐진 결과로 풀이된다.
이런 신원추적 기술은 중동의 권위주의 정권이 민주화 시위에 참가한 반정부 인사들을 감시하고 통제하는 데 사용되기도 하지만, 범죄나 허위사실, 거짓 등을 적발하는데 도움이 되는가 하면 무명의 개인이 인터넷의 아이콘으로 부상하기도 하는 등 긍정적인 효과도 만만치않다고 이 신문은 지적했다.
벤저민 카르도조 법대의 수전 크로포드 교수는 "사람들은 접속하기를 원하며 우리를 인터넷으로 연결하는 업체들은 누가 어디서 어떤 말을 하는지를 알고 싶어한다"면서 "결과적으로 우리는 예전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알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