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축프로그램 `알집`으로 유명한 이스트소프트가 개방형 포털 `줌`을 새롭게 런칭하고 국내 포털 업계에 도전장을 던졌다.
지난 20일 이스트소프트는 5년동안 비공개로 개발한 포털사이트 `줌(zum.com)`의 티저동영상을 공개했다. 줌은 오는 7월 시작(메인)페이지, 뉴스 등이 포함된 1차 서비스 공개를 거쳐 하반기 검색·지식인 서비스 등이 추가될 예정이다.
- 기존 포털 폐쇄성 극복…`모두의 포털` 만들 것
이스트소프트의 자회사 이스트인터넷이 개발한 줌은 네이버, 다음, 네이트 등 기존 국내 포털과 차별화되는 `개방형` 포털을 지향한다.
기존 국내 포털과는 달리 줌은 뉴스(뉴스줌)와 지식인(아하줌)외에 자체 제작 컨텐츠가 존재하지 않는다. 대신 시작페이지를 아예 외부에 개방해 중소 콘텐츠 전문사이트들이 직접 콘텐츠를 등록할 수 있도록 했다.
줌의 시작페이지는 `줌앱`이라고 하는 형태의 조그마한 박스들로 구성된다. 중소 사이트들은 자유롭게 줌앱을 개발해 `줌앱스토어`에 등록할 수 있다. 사용자들은 중소 사이트들이 등록한 앱을 줌앱스토어에서 골라 자신 만의 시작페이지를 직접 구성할 수 있다. 현재 스마트폰의 운영 체제(iOS, 안드로이드 등)에서 쓰이는 방식과 비슷한 체제다.
검색 서비스는 낚시성(광고성) 글을 최대한 배제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이스트소프트 측은 "기존 포털들은 자체 콘텐츠(네이버 블로그, 다음 까페 등)를 우선적으로 검색해 광고성 글을 검색 상위 부문에 노출하는 것이 비교적 쉬웠다"며 "줌닷컴은 자체 콘텐츠가 아예 존재하지 않아 낚시글이 노출되는 빈도가 자연스레 줄어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장중 이스트소프트 대표는 "줌은 기존 포털의 지나친 광고와 허위 정보 노출 등으로 인해 인터넷 사용에 불편을 느꼈던 이용자들을 위해 준비한 서비스"라며 "관문이라는 포털(portal) 본래의 의미에 충실하겠다"고 말했다.
- 제 2의 안드로이드 가능할까…내년 3% 점유율 목표
`개방형 포털`을 표방하는 줌닷컴이 새롭게 런칭하면서 네이버, 다음, 네이트의 3강 구도로 굳어진 국내 포털 업계의 판도가 변화할 지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스트소프트는 기존 포털의 약점으로 지목되는 `폐쇄성`의 반대인 `개방성`을 무기로 줌닷컴을 `제 2의 안드로이드`로 만든다는 계획이다. 구글의 운영체제인 안드로이드는 폐쇄성으로 유명한 애플 iOS에 맞서 개방적인 정책을 펼쳐 큰 성과를 거둔 바 있다.
그 동안 국내 포털들은 사용자들이 접속한 포털 이외의 다른 곳으로 컨텐츠가 유출되지 않도록 타 포털 사이트의 접근을 일부 차단했다. 검색 결과에서 원본 콘텐츠보다 자사의 커뮤니티 등을 통해 재생산된 콘텐츠가 먼저 표시되는 일도 잦았다. 이는 페이지뷰(PV)나 이용자 유입 수가 광고 매출로 직결돼 사용자들을 자사 사이트 내에 묶어 두는 것이 수익상 유리했기 때문이다.
이스트소프트 측은 포털 업계에서 상위 3사의 지배력이 강한 것은 사실이지만 기존 포털의 `가두리 정책`에 지쳐있는 이용자들을 공략하면 충분한 승산이 있다는 계산이다. 코리안클릭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국내 포털의 검색 쿼리 점유율은 네이버가 70%, 다음이 20%, 네이트가 4%, 구글이 2.5%로 네이버와 다음이 시장의 약 90%를 차지하고 있다. 이스트소프트는 줌을 내년까지 구글과 비슷한 수준인 점유율 3% 대에 진입시킨다는 목표다.
이스트소프트 관계자는 "오랫동안 시장 지배력이 지속돼 온 것이기 때문에 당장 시장 구도가 바뀌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3%의 검색 점유율을 목표로 사용자들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 제공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말했다.
[매일경제 정지성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