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기업들은 내년 말부터 세계에서 가장 성능이 뛰어난 슈퍼컴퓨터를 공짜로 쓴다. 비용절감 뿐 아니라 정부 차원의 연구에만 한정되던 슈퍼컴퓨터를 사업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일본 기업의 경쟁력 향상이 기대된다.
일본 문부과학성은 세계 슈퍼컴퓨터 순위에서 1위를 차지한 ‘케이’의 문호를 민간 기업에 열기로 결정했다.
문부과학성은 독립기관을 설립해 케이의 민간 운영을 맡길 예정이다. 내년 6월과 7월에 신청을 받아 11월부터 본격적인 민간 이용이 시작된다. 자동차 충돌 모의실험이나 신약 개발 등 슈퍼컴퓨터의 성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는 분야에 필요한 소프트웨어도 마련 중이다.
케이 이용요금은 기본적으로 무료다. 다만 케이로 얻은 계산 결과를 공공의 이익을 위해 공개하지 않고 비공개로 개별 소유하면 유료다. 이용요금은 전기요금 등 실비만 받는데 하루에 450만원 꼴이다. 케이의 연간 전기요금은 약 160억원에 달한다.
문부과학성 측은 “1120억엔이라는 큰 예산이 들어간 사업을 공공 부문에 그치지 않고 민간에 개방해 산업 경쟁력을 높이는 데 기여할 방침”이라고 의미를 설명했다. 니혼게이자이는 “세계 최고의 슈퍼 컴퓨터로 연구하면 품질 향상은 물론 상품 자체의 브랜드 제고 효과도 기대된다”고 내다봤다.
후지쯔와 이화학연구소가 협력해 만든 케이의 최대 성능은 8162 테라플롭스다. 1초에 8162조 번의 계산을 하는 셈이다. 케이는 672개의 컴퓨터를 연결, 무려 6만8554개의 8코어 스팍64 CPU가 동시에 데이터를 처리한다.
한편 일본은 지난 2002년 세계 최고 수준의 슈퍼컴퓨터 ‘지구 시뮬레이터’를 보유했지만 이용 대상을 국가 연구기관이나 대학으로 제한했다. 당시 일본에서는 자동차 업계를 중심으로 지구 시뮬레이터 이용 대상을 확대하자는 의견이 제기됐다. 이 목소리가 2007년에 받아들여졌지만 이미 지구 시뮬레이터보다 높은 성능의 슈퍼컴퓨터가 많이 나와 뒷북 행정이라는 지적을 받은 바 있다.
장동준기자 djj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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