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9월 와이브로 주파수 재할당 신청을 앞두고 방송통신위원회 공식회의 석상에서 와이브로 정책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앞서 이달 초 열린 방송기자클럽 초청토론회에서 최시중 위원장이 와이브로 활성화 의지를 재확인한 가운데 나온 돌발발언으로 인해 방통위는 물론이고 통신업계에서도 배경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양문석 방통위 상임위원은 22일 열린 전체회의에서 “와이브로가 틈새 시장이라는 지적이 있는데 (LTE와) 양대 축으로 세워 일방적으로 밀고 있는 상황”이라며 “정부 지원책이 적지 않았음에도 (와이브로 활성화에) 실패한 것에 대해서는 기본적으로 다시 평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 위원장이 방송기자클럽토론회에서 “와이브로는 절대 실패한 것이 아니다”라며 “와이브로가 LTE와 함께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것”이라고 강조한 것과 배치되는 내용이다.
양 위원의 발언은 방통위 사무국이 이동통신사업자가 LTE 서비스를 시작할 때 와이브로 투자 이행여부 등을 점검받아야 한다는 승인조건을 보고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방통위는 지난 1기 위원회 시절 이통사업자 투자가 LTE에 쏠려 와이브로가 외면되는 것을 막기 위해 사업자가 두 가지 서비스를 병행 투자하도록 이 같은 승인조건을 부여한 바 있다.
양 위원은 “기술별로 접근해야지 계속 두 개를 붙여서 갈 수는 없다”고 지적하고 “현 2.3㎓ 와이브로 주파수를 계속 유지할 것인지, 회수할 것인지 판단할 수 있도록 전반적인 평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양 위원은 “정확한 평가를 통해 지금 시점에서 (와이브로가) 어떤 의미가 있는지 살펴보고, 스스로 반성할 부분이 있으면 반성하고 가야 한다”고 방통위 자체적으로 와이브로 정책을 되돌아볼 것을 주문했다.
하지만 다른 상임위원들은 이에 대해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 1기 위원회 시절 방통위 국실장을 역임한 신용섭 상임위원만이 “당시에는 와이브로와 LTE를 둘 다 발전시키겠다는 의지를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을 뿐 다른 위원들은 양 위원의 주장에 동조하지도, 반대하지도 않는 분위기가 연출됐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방통위는 물론이고 관련 업계도 진위 파악에 나서며 혼선이 빚어졌다. 지난달 와이브로 사업자의 의무투자 이행기간이 완료돼 방통위의 추가 활성화 정책이 요구되는 상황에서 상임위원이 정책 실효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기 때문이다.
업계의 한 전문가는 양 위원의 발언 배경이 무엇인지 파악되지 않았음을 전제로 하면서도 “혹시라도 기존 기득권 사업자의 논리를 대변하는 것이라면 문제”라면서 “기본적으로 와이브로 정책을 국가 경쟁력 제고 차원에서 기존 정책의 문제점과 이에 따른 보완책을 논하는 게 맞지 시장 논리에 맡기자는 식의 주장이라면 옳지 않다”고 우려했다.
방통위는 일단 이날 양 위원의 발언이 공식적인 정책기조를 반영한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전체회의 이후 진행된 브리핑에서 오남석 방통위 전파기획관은 “오늘 양문석 위원의 의견은 개인적인 차원이며 방통위가 별도로 (와이브로 활성화 정책에 대해) 재검토 방침을 정한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다만 방통위는 오는 9월 KT와 SK텔레콤의 와이브로 주파수 재할당 신청이 접수되면 해당 사업자의 주파수 활용현황을 면밀히 검토할 계획이다. 일각에서는 방통위가 주파수 활용현황이 미흡한 사업자에 대해 일부 회수조치를 취해 강도 높은 활성화 정책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한편 국내 와이브로 시장은 KT, SK텔레콤이 지난 6년간 2조원을 투자했지만 가입자는 50만명 수준에 머물고 있다. 방통위는 내년 3월 와이브로 주파수 사용기간이 만료되는 것에 앞서 오는 9월 주파수 재할당 신청 접수를 받을 예정이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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