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젤투자’라는 말의 어원은 브로드웨이 연극에서 그 기원을 찾을 수 있다. 연극에 투자를 하는 사람들을 엔젤이라고 지칭하였는데, 초기 기업을 운영하는 경영자 입장에서는 긴요한 천국으로부터 온 돈이라고 생각해 비즈니스 용어로 굳어진 듯하다.
초기기업은 담보나 신용을 요구하는 은행에게 자금을 구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또한 이의 대안인 벤처캐피털 역시 지난해 기준으로 창업부터 기업공개까지 11.2년이 소요되는 반면 벤처펀드 운용기간은 7년 내외인 관계로 자금회수가 용이하지 않아 초기투자를 회피하는 추세다. 따라서 초기 기업에 주로 투자해주고 컨설팅을 제공하는 엔젤투자가가 유일한 대안으로 볼 수 있다. 미국은 성공한 사람들이 엔젤투자자로 나서 투자자금의 55%를 창업초기기업에 투자하고 있으며, 창업기업가의 조언자 및 멘토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이에 반해 국내 엔젤투자는 2000년 벤처붐 당시 활발했으나, 2000년 이후 벤처붐 붕괴와 코스닥 시장 침체에 따라 급속한 축소를 겪은 이후 회복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2000년에는 총 2만8875명의 엔젤투자자들이 1291개의 업체에 총 5493억원을 투자했다. 벤처붐 붕괴 이후 침체기를 거쳐, 2009년 1243명의 엔젤투자자가 87개 업체에 346억원을 투자하는데 그치고 있다.
최근 정부에서는 국내 엔젤투자를 활성화하기 위해서 엔젤투자자의 소득공제비율을 10%에서 30%로 확대하는 등 각종 세제혜택을 추진하고 있다. 아울러 모태펀드를 통해 초기기업에 대한 투자활성화, 잠재적 엔젤투자자들의 유인과 엔젤투자자 유동성 확보를 위해 엔젤투자자와 매칭투자 방식의 엔젤투자매칭펀드를 100억원 규모로 조성할 예정이다.
이러한 정부 차원 노력 이외에 미국처럼 과거 성공한 벤처기업 CEO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창업초기기업에 투자하고 아낌없이 기업 성공을 위한 멘토로서 나서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융자 및 보증을 통한 창업이 기업가에게 실패의 부담으로 가중되는 두려움에서 벗어나 성공의 안정적인 기반을 닦아주기 위해서도 성공한 벤처기업가의 자금이 필요하다. 최근 NHN, 네오위즈 등 벤처 1세대들이 일선에서 물러나 엔젤투자가로 변신하고 있다는 소식은 엔젤투자 활성화의 큰 밑거름이 될 수 있어 반갑다.
구형철 한국벤처투자 투자1팀 차장 ecogeni@k-vi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