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해외 채널 한국시장 대공세

 글로벌 미디어 기업들이 잇따라 한국 시장에 상륙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올 6월까지 총 3개의 합작사가 생겼고, 채널은 4개가 만들어졌다. IPTV·종합편성채널·스마트TV 등 방송 플랫폼이 다양해졌지만 콘텐츠가 태부족한 국내 방송 시장 현실을 겨냥해 자칫 국내 방송 콘텐츠 시장이 해외에 종속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22일 방송 업계에 따르면 디즈니는 SK텔레콤과 합작법인인 텔레비전미디어코리아를 설립했다. 지분 비율은 49 대 51이다. 디즈니 채널은 오는 7월 1일, 디즈니주니어 채널은 11일 방송을 시작한다. 지난 4월에는 소니엔터테인먼트가 종합유선방송사업자(MSO) 씨앤앰의 자회사 CU미디어와 합작사를 만들어 미국 드라마 전문 채널 ‘AXN’을 론칭했다. 같은 달 디스커버리채널코리아가 케이블TV 방송사 CMB와 협력해 정식 프로그램공급업체(PP)로 국내에 상륙했다.

 종편 채널도 해외 미디어 사업자를 대부분 끼고 있다. jTBC는 일본 텔레비아사히와 터너아시아퍼시픽벤처스가 주주로 참여했다. TV조선은 MTV·ABC방송을 비롯한 25개국 54개 미디어 기업과 제휴한다. 채널A는 컴캐스트 등과 전략적 제휴를 맺었다. MBN 주주에는 일본경제신문사가 포함됐다.

 국내에서 합작사 형태로 PP를 설립해 사업을 꾸려온 사례는 지난 2008년 홍콩 TVB채널이 CMB와 합작해 TVB코리아를 만든 바 있다. 지난 2004년에는 CJ E&M과 내셔널지오그래픽채널이 조인트벤처 형식으로 만든 CJ NGC코리아를 출범시켰다.

 박승범 한국케이블TV협회 콘텐츠국 PP지원팀장은 “앞으로 국내에서 직접 PP를 운영하려는 움직임이 더 늘어날 것”이라며 “해외 채널이 국내에 들어오는 사례가 많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뉴스의 눈

 해외 채널의 국내 진출은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방송 콘텐츠 수요를 겨냥하고 있다. 지상파방송과 케이블TV로 양분돼 있던 방송 플랫폼은 지난 2002년 위성방송, 2008년 IPTV, 2010년 스마트TV와 스마트폰·스마트패드 등으로 다양해졌다. 콘텐츠 수요는 있는데 공급이 달리는 국내 시장에 매력을 느낄 수밖에 없다.

 PP들의 수요도 상당하다. 방송 PP는 지난 2007년 166개에서 올해 256개로 늘었다. 하지만 여전히 대다수가 지상파방송을 재방송하거나 해외에서 드라마·영화·예능 프로그램을 사와서 방영하고 있다. 특히 지상파와 겨뤄보겠다고 만들어진 종합편성채널에서는 양질의 콘텐츠에 목이 마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한국의 지정학적 위치도 고려되는 양상이다. 홍진기 콘텐츠랩 사장은 “아시아에서 가장 큰 콘텐츠 시장은 한·중·일이고 한국은 중국이나 일본에 진출하기 위한 교두보로 삼기에 적당한 시장”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방송광고 시장 규제 완화 움직임도 해외 채널들의 현지화를 부추긴다. 국내에 자회사나 합작사 형태로 PP를 설립하면 직접 광고 영업을 할 수 있다.

 그러나 글로벌 기업 진출에 대한 전망은 엇갈린다. 우선 중소 방송PP들이 자생력을 갖지 못하고 있는 상태에서 고사될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종편 4사·보도 1사로 총 5개 채널이 늘어나는 올 하반기에 경쟁력 있는 콘텐츠를 가진 해외 채널이 추가되면 기존 PP들은 뒤 채널로 밀려날 수밖에 없다. 시청률도 따라 내려갈 수 있다.

 한미, 한·EU FTA도 방송 시장을 급변시킬 가능성이 있다. 합작사 재무 구조를 보면 방송법상 국내 외국인 소유 지분 한계인 49%까지 해외 채널이 가지고 나머지 51%는 국내 기업이 지분을 가진다. 한미 FTA가 발효되면 외국인 소유 국내 법인의 간접 투자는 외국인 적용 범위에서 배제된다. 즉 미국 기업이 국내에 법인을 만들고 자회사를 둬서 그 자회사가 PP를 소유하면 100% 미국 채널이 생겨난다.

 지상파방송이라고 예외가 아니다. MBC 관계자는 “종편이 출범해서 지상파를 견제하겠다고 하지만 가장 고민거리는 FTA”라며 “그 이후 방송 시장을 예측할 수 없다는 점도 문제”라고 토로했다.

 긍정적인 면도 있다. 경쟁을 통해 시장이 활성화되는 것이다. 합작 채널을 통해 해외 진출도 용이해질 수 있다. 이럴 경우 콘텐츠 유통 사업도 활기를 띨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케이블TV협회는 코리아엔터테인먼트와 디지털유료방송콘텐츠유통시스템(DDS)을 활용하기로 했다. 최근에는 삼성전자와 SBS콘텐츠허브가 제휴해 3D 가상세계 플랫 공동 개발에 착수했다.

오은지기자 onz@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