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하지 않게 좋은 물건이나 기회를 잡는 것을 일컫는 말.
‘얻는다’는 의미의 한자 ‘득’(得)과 온라인 게임에 쓰이는 ‘아이템’의 합성어이다. 다중접속 온라인 롤플레잉 게임(MMORPG)에서 좋은 아이템을 획득하는 것을 ‘득템’한다고 줄여 부른 것에서 유래했다.
MMORPG는 게이머의 캐릭터가 여러 가지 게임 내 퀘스트와 미션을 수행하며 경험치를 쌓아 레벨을 올리고 성장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레벨을 올리기 위해서 몬스터를 사냥하거나 주어진 과제를 완수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캐릭터의 능력을 강화하거나 캐릭터를 꾸밀 수 있는 각종 아이템들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또 미션을 완수하면 향후 게임 플레이에 도움이 되는 강력하고 좋은 아이템이 주어지기도 한다.
특히 좋은 아이템은 강력한 보스 몬스터 사냥과 같이 어렵고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미션을 성공해야 얻을 수 있다. 사냥에 성공해도 항상 아이템이 나오는 것이 아니라 그때 그때 확률적으로 아이템 획득 여부가 결정된다.
이처럼 ‘득템’은 노력과 실력, 행운이 합쳐져야 가능하기 때문에 게이머들에게 각별한 의미가 있다. 최선을 다해 노력하되 득템 여부는 하늘에 맡기고, 득템하게 되면 순수하게 기뻐하는 게이머들의 초탈적 세계관을 반영한다.
이 표현은 게임 커뮤니티를 넘어 인터넷 전반에 널리 퍼지면서, 일상에서 뜻하지 않게 좋은 물건이나 기회를 좋은 조건에 얻었다는 의미, 혹은 단순히 물건을 새로 사거나 얻었다는 의미로도 사용된다. “중고 사이트에서 신품이나 다름 없는 명품 이어폰 득템했어요”나 “이벤트 참여하고 선물 득템하세요” 등의 용례를 들 수 있다.
‘득템’은 자본주의 사회를 사는 소시민들의 소소한 기쁨이긴 하지만 ‘지름신’의 유혹에 넘어가 물건을 마구 사들인 후 이를 ‘득템’이라 합리화하지는 않도록 조심하자.
* 생활 속 한 마디
A:뉴욕 소호 거리 샹제리제 예술가 마을의 가게에서 소녀시대 안드로메다 공연 실황 DVD를 발견했어요.
B:득템하셨군요!
한세희기자 hah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