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경찰이 1500만명에 이르는 범죄자, 용의자, 희생자 정보를 데이터베이스(DB)로 만들어 공유하도록 한 정책이 논란에 휩싸였다.
영국경찰개선국(NPIA)은 예산 7560만파운드(약 1300억원)를 들여 범죄자의 신상 정보가 든 DB구축을 완료했고, 지난 11월부터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고 23일 밝혔다. 잉글랜드와 웨일스 지역의 56개 경찰대는 DB에 있는 범죄 행태, 신원확인 양식 등을 공유할 수 있다.
이 시스템은 2002년 두 명의 영국 소녀가 학교 수위인 이안 헌틀리에 의해 살해되면서 필요성이 제기됐다. 험버사이드 경찰은 이안 헌틀리가 8건의 성범죄 경력이 있다는 점을 경고했지만, 캠브리지 경찰은 이를 인지하지 못하고 이안 헌틀리를 학교 수위로 취직을 허락시킨 것이 문제가 됐다.
이후 서로 다른 지역의 경찰들이 자동으로 범죄자 및 용의자의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하자는 요구가 이어졌다.
NPIA가 이 시스템 도입 방침을 밝히자 찬반 여론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경찰이 주요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대상에 범죄자 뿐만 아니라 용의자, 희생까지 포함되고, DB로 구축된 1500만명은 영국 국민의 25%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시민단체들은 민감한 정보가 한 곳에 집중되는 것은 매우 위험하며, 정보가 부적절하게 새어나갈 가능성도 크다며 반대하는 입장이다.
개인정보보호 시민단체인 빅브라더와치는 “(범죄와 무관한) 일반적인 사람들의 정보 역시 DB에 기록될 수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범죄 희생자들의 부모들은 이 시스템의 도입을 반겼다. 2002년 사망한 소녀 중 한명의 부모는 “DB를 사용하는 것은 또다른 가족들이 우리와 같은 슬픔과 아픔을 겪지 않도록 함을 의미한다”고 대답했다.
NPIA는 각 경찰은 DB가 저장된 컴퓨터를 폐쇄된 방에서만 운영하도록 하고 20만명의 경찰 중 DB에 접근할 수 있는 권한은 1만 2000명으로 제한하는 등 오남용의 가능성을 최소화했다고 강조했다.
제니 크로닌 NPIA 국장은 “이 시스템은 경찰들이 저항력이 없는 청소년이나 어른을 보호하고, 테러리즘과 조직화된 범죄에 대항하는 것을 돕기 위해 고안됐다”고 말했다.
이수운기자 pero@etnews.co.kr